서천군이여 냉정하라
서천군이여 냉정하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01 00:00
  • 호수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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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천군은 춥고 배고프다. 충남도내에서 가장 낙후되고 재정이 열악하다는데 자타가 공감하고 있다.

계절은 바야흐로 겨울철로 낙엽 진 가로수, 거리에 나부끼는 장항산단 착공기원 깃발이 황량함을 더하는 지금, 서천군에는 4개의 각기 다른 천막이 존재한다.

사측의 임금체불과 직원해고에 맞서 싸우는 서부교통노조의 가난한 천막, 수협 임원 비리를 고발하며 바다 바람 맞고 서있는 어민들의 천막, 군청을 이웃으로 둔 덕에 전화, 인터넷을 갖춘 한미FTA 대책위 천막이다.

여기에 어메니티 서천의 관문 금강하구둑에는 철새의 군무를 즐기는 관광들의 발길 대신 ‘장항산단 착공 촉구’를 위한 단식투쟁 천막이 마치 망명정부의 마지막 항쟁처럼 애처롭게 서있다.

이것도 부족해서 이제는 서울 한 복판에 ‘정부는 장항국가사업단지 착공여부를 연내에 결정하라’며 나소열 군수의 단식투쟁 천막까지 세워졌다.

따뜻한 아랫목을 버리고 거리로 나앉아 굶고 있는 것이다. 찬·반을 떠나 자신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 안락함을 버리고 고난의 길을 걷는 일은 갸륵한 일이며 칭송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와 지방정부, 일부 정치인들의 한심한 ‘정치 쇼’가 나은 비극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우리는 누누이 17년 동안 장항산단 조성계획 때문에 각종 사업에서 서천이 배제돼 왔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정부분 맞는 말이다.

오늘날 서천군민들은 또 다시 장항산단 착공만이 살길이라 주장하며 행정력과 주민여론을 동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의 ‘정치 쇼’를 보면서 고무된 서천군을 보았다.

그러나 노태우 군사정부가 그랬듯, 노무현 참여정부는 어떠한가. 올해 안에 장항산단을 착공할지, 그만둘지 결판이라도 내달라했건만, 17년도 모자란지 ‘사업 타당성 재검토’를 들고 나왔다.

이들은 서천군민들이 허상을 보게 했을 뿐, 돌려준 건 아무 것도 없다. 굳이 있다면 ‘정치 쇼’로 갈라진 민심이다. 늦었지만 허상을 쫓으며 소모전을 계속해야 하는지 반문해야할 때이다.

‘장항산단이 조성되면?’ 또는 ‘장항산단 계획이 폐기처분 되면?’이라는 두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이래저래 서천군민은 그다지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어찌 결론 나든 당분간 사태 책임론에 휩싸여 법정공방이 오갈 터이다. 불행한 것은 이를 책임지는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없을 거라는 점이다. 결국 상처 입은 군민들만 남을게 뻔하다.

대통령까지 왔다갔는데 정부의 태도가 불분명하다면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온 국토를 파헤치며 개발열풍으로 몰아넣은 이 정부에 돈이 없다는 게 진짜 이유이다.

우는 아이 젖 주는 것도 엄마 젖이 남아 있을 때이다. 아무 때나 보챈다면 빈 젖이나 물리지 않겠는가.

이런 사태를 예찰하고 대비하는 사람을 우리는 진정한 지도자라 부른다. 이제 서천군민은 냉철한 이성으로 진정한 지도자로 만들어 가던가, 새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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