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려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려면…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01 00:00
  • 호수 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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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 우
전 국회의원
북부비전21 공동대표

한나라당 하면 많은 사람들은 ‘민정당의 추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에는 정치권력이 모든 것에 우선했다. 입법부와 사법부는 자진해서 정권 앞에 순종했고, 기득권층은 침묵으로 동조했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되면서 입법부와 사법부는 전례 없는 독립을 성취할 수 있게 됐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러한 현상은 극에 달했는데, 사법권은 완전히 신성불가침 영역이 되었다. 사법권력이 정치권력보다 우위에 서게 된 것이다.

이제 정권은 다시 한나라당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열린우리당이 더 이상 정권을 잡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특히 노무현 정권은 지지세력의 구심력을 완전히 흩어놓았다. 반면 한나라당은 두 번의 실패 뒤에 마지막 호기라고 생각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보 간 분열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놓여 있긴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집권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려를 하고 있다. 앞에서 거론한 것처럼 악몽으로 기억되는 ‘민정당의 추억’이 바로 그것이다. 한나라당도 이 낡은 색깔을 탈색시켜 보려고 노력은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극우세력과의 결별이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야당에게 극우세력은 유용한 투쟁의 전위부대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극우세력에게 국정을 맡기는 것까지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소득을 10년 뒤로 돌리는 것도 참지 못할 일이지만 민주화와 인권을 10년 뒤로 돌리는 것은 더더욱 인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고 본다. 다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고문하지 않겠다, 공안정국을 조성하지 않겠다, 부패한 정권이 되지 않겠다 등의 약속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우려만 불식된다면 한나라당은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실제로 고문과 폭력과 부패가 없고 전쟁의 공포가 사라진다면 누가 정권을 잡은들 어떠하겠는가?

대한민국도 이제 어느 정도 열린사회가 되었다. 사실 한나라당이 지금의 마인드로 정권을 잡는다 해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당시 그들의 힘의 원천은 강권적인 폭력시스템이었는데, 그것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을 한나라당은 연습할 기회가 없었다. 그것을 국민들은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려면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은 국민에게 확실한 믿음을 줘야 한다.

사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경제도 좋아지고, 남북관계도 좋아지고, 민주화와 인권도 좋아지고, 거리에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가 넘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반대로 공안당국이 연일 고문이나 하고, 지하철 입구에서 불심검문이 행해지고, 재벌과 결탁한 부패사건이 꼬리를 물고, 지방권력은 견제자 없이 방종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은 굳게 철문을 내리고, 대학생들은 또다시 학업을 내던지고 최루탄과 씨름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상상만 해도 너무나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은 이런 사회를 절대 만들지 않겠다는 비전과 신뢰를 보여주어야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정권교체가 그다지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 나라. 그런 나라를 한나라당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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