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하구둑 개설 그 이후<제11회>
금강하구둑 개설 그 이후<제11회>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01 00:00
  • 호수 3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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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를 마치며
“장항갯벌 지키는 것이 ‘어메니티 서천’”

▲ 일본 나까우미 간척지 배수갑문을 열고 민물과 바닷물의 유통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하구둑 갑문 열어야 안성 칠장산에서 갈라져 나온 호서정맥이 무한천, 삽교천, 유구천, 지천 등 수많은 지천들의 발원지가 되며 남으로 흘러내리다가 금강을 만나 멈춘 곳에 서천군이 자리잡고 있다. 천 리 물길이 바다를 만나 몸을 뒤섞는 금강 하구를 발 아래에 두고 있고 곁에는 큰 바다가 감싸고 있다. 비산비야의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에 기름진 충적평야가 펼쳐지고, 바닷물이 고기를 몰아 금강을 타고 깊숙이 들어와 예로부터 농업과 어업이 발달하여 물산이 풍부하였다. ▲ 금강하구둑 밖에 쌓인 하구둑갯벌
‘자연의 혜택’에 타격 금강하구둑

이러한 자연이 베푸는 혜택에 의지하며 살아오던 주민들의 삶에 큰 타격을 가한 것이 1994년에 완공된 금강 하구둑이다. 하구둑은 생태계의 파괴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문화를 바꾸어놓았다. 풍요를 구가하던 내수면 어업이 사라졌으며 벼농사 위주의 농업의존도를 더욱 높였다.

본지는 지난 2개월여에 걸쳐 금강하구둑 안팎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지적하였으며 우리보다 먼저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일본 나까우미 간척지와 이사하야 간척지를 둘러보았다. 금강하구둑이 낳고 있는 부작용은 금강호의 수질악화와 하구둑 안팎에 쌓여가고 있는 토사 퇴적 문제로 압축할 수 있다.

연간 400억원을 수질 개선비용으로 쏟아붓고도 수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토사퇴적으로 인해 장항항과 군산항은 항구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토사 퇴적으로 인해 강바닥이 높아지며 홍수시에 각 지천들의 배수가 원활치 않아 장기 침수가 우려되고 있으며 배수펌프장 운영에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 금강하구지역에 설치된 배수펌프장
물부족 상류에서 끌어와 해결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확보를 위해 치르는 대가가 너무 크다. 수질을 개선하지 못하면 농업용수나 공업용수의 사용도 불가능하다. 결국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배수갑문을 열고 해수를 유통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미 전라남도에서는 영산강 하구둑을 배수갑문을 개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시마네현은 간척사업을 포기하고 나까우미의 배수갑문을 철거하고 있다. 물부족 문제는 금강 상류의 용담댐이나 충주댐에서 물을 끌어와 해결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서유럽 여러 나라에서 농촌 어메니티 운동이 시작되었다. ‘어메니티’란 ‘쾌적함’을 뜻하는 말로 이 경우에는 농촌 특유의 자연환경과 전원풍경, 지역 공동체 문화, 지역 특유의 수공예품, 문화유적 등 다양한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만족감과 쾌적성을 주는 요소를 통틀어 일컫는다. 즉 자연 환경을 해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농촌으로 가꾸는 것이 농촌 어메니티이다. 이 운동은 그 지역 고유의 자연 자원 활용을 지향하며 어촌이나 도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정치논리로 밀어붙이는 장항산단

그러나 ‘어메니티 서천’을 군정 목표로 내세우면서도 나소열 군수와 군의회 의원들은 장항갯벌을 매립하는 ‘장항산단’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적 타당성이나 성공여부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가운데 해양수산부 등에서 제동을 걸자 이들은 정치적인 논리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장항갯벌을 다녀갔고 이어 국회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서천을 방문하였다. 장항산단 추진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정치권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군수와 군의회 의원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이 진정 서천 군민들을 위한다면 이 사업이 과연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사업인지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모으고 반대측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전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며 거대한 생태계를 파괴하는 이 사업이 군수의 ‘뗑깡’의 강도에 따라 결정될 일은 아니다. 정경유착 의혹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아리아케해의 수산업을 궤멸시킨 이사하야 간척사업 추진을 두고 반대 여론이 높아갈 무렵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2002년 11월 6일자에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을 둘러싸고, 농수성이 사업 계획을 결정한 86년부터 01년까지의 16년간에, 공사를 수주한 적어도 48개사가 자민당 나가사키현에 합계 7억2,200만엔을 헌금하고 있었다. 뿌리 깊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이 사업은, 정계·관료집단·건설업계의 ‘철의 삼각형’이 추진하는 농업 토목의 전형이라고 말해진다. 정치 헌금이나 낙하산 인사등의 실태를 더듬으면 그 관계의 깊이를 알 수 있다”


‘어메니티 서천’에 반하는 갯벌 매립

이러한 이사하야 간척사업을 모델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새만금간척사업이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 경제관료들도 반대했던 새만금간척사업이 선거공약으로 태어났다. 반대측의 설득력 있는 근거 제시에도 불구하고 ‘새만금=전북발전’이란 말로 전북 도민들에게 ‘집단 최면’을 걸어 사업을 강행왔다.

장항산단 추진을 두고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새만금과 너무나 닮았다. 말로는 ‘어메니티 서천’을 외치며 서천이 전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장항갯벌을 매립하자고 한다.

자연을 파괴하는 일을 새만금에서처럼 정치논리로 관철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금강하구둑이 완공될 무렵 서유럽에서는 이미 생태사회를 지향하는 농촌 어메니티 운동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사하야 간척과 새만금의 전철을 밟으며 역사를 후퇴시키고 있다. ‘어메니티 서천’은 장항갯벌을 지키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하며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하구둑 갑문을 여는 일을 모색해야 한다.

<글/허정균, 사진/이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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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호 2019-06-10 11:53:36
금강하구둑을 해체하는것이 최우선
항문을 막으면 나라가 지역이 사회가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