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할 지도자는 있는가?
수습할 지도자는 있는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08 00:00
  • 호수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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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화제인 방송3사의 역사 드라마 속에는 전투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데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용맹하고 지략이 뛰어난 지도자, 훈련받아 준비된 군사들, 이를 지탱해 주는 식량 등 군수물자가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투에 임하기전 지피지기(知彼知己)하여 전투의 여부와 강약을 정하고 싸움이 시작되면 각자의 직책에 따라 위치가 정해진다.

장항산단을 놓고 정부와 싸우는 서천군을 수나라, 당나라와 전투 중인 고구려로 보자. 나소열 군수가 이끄는 장항산단 착공 추진세력이 정부를 상대로 싸워 이길 수 있는가?

이 질문 자체가 우문이다. 싸움의 선봉은 적을 향한 강한 분노로 무장한 투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군민들, 또 대외 시선들은 마치 군수가 노무현 정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나 군수는 애초 노무현 대통령과 싸울 의사가 없는 사람이다. 누누이 자신은 노무현 대통령의 분신인양 공언해 왔음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혹시라도 진정 정부를 상대로 싸울 의사가 있다면, 나 군수는 열린우리당을 떠나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 정부청사 앞에서 밥 안 먹고 장항산단 착공을 운운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투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 군수의 태도는 노무현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왕림해 점검하고 결정한 사안이니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들어줬다면 이 정부는 정책은 없고 여론정치뿐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다. 지율스님이 100일간 단식투쟁한 사례가 있어 웬만한 단식에는 눈도 꿈쩍 안 할 정부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설령 나 군수가 강한 분노로 무장한 선봉장이라면 충성스런 부하가 있는가? 근래 군청에 가보면 많은 공무원들이 서울에 갔다며 자리가 비었다. 대부분 결제를 위해서라거나, 한번쯤은 인사를 하고 와야 한다는 게 이유이다. 또 상황실은 ‘군수단식투쟁 상황실’로 바뀌고 침통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꽤나 충성스런 부하들로 보인다. 그러나 충성스런 부하라면 자신이 죽음의 자리에 설지언정 애초에 웃전을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선봉에 세우지 않는 법이다.

군수는 떠나기 전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싸우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혼자서 싸우기로 결심했다지만, 7일 상경집회 등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오가고 있다. 여기에 종교지도자들까지 합세했다.

장항읍지역 기독교연합회의 기도회에 이어 서천군지역교회연합회라는 신생단체가 기도회와 촛불집회를 가졌다. “산단 착공 여부를 떠나서 군 수장이 고생을 하니 힘을 보태주자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한다. 이들이 일반인이라면 인간적인 동정심 내지는 지지에서 나오는 순수성도 있겠다.

그러나 이들은 서천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천방산 봉우리 하나를 잘라내는 엄청난 일을 군에서 어떻게 허가했는지 의문을 가졌던 사람들이다. 또, 그 곳에 기독교의 십계명에 저촉되는 동양최대의 우상(偶像)을 세우는 일에 대해 “안 될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를 막기 위한 집회 한번 한 일이 없었다. 정작 자신들이 목숨 걸고 싸울 일보다 군수를 위한 일에 앞장서는 목회자들, 순수인지 아부인지 신께 묻고 싶다.

군중이 극단적으로 치우치면 대책을 강구하고 수습해야할 군수나 종교지도자들이 앞장서 주민들을 혼란케 하는 서천군, 이 서천사회 안팎을 수습해줄 지도자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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