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도 속은 거짓말
총리도 속은 거짓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08 00:00
  • 호수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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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지 환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경제성과 안전성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한탄강댐은 타당성이 없으니 건설계획을 중단하라.”

감사원이 이런 취지의 결정을 내린 것은 2005년 5월의 일이다. 장장 8년 동안 이어진 현지주민과 환경단체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가 강행하려던 한탄강댐 건설계획. 거스를 것 없던 이 급류를 중단시킨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감사원이라는 정부기관이었다. 한탄강댐을 둘러싼 환경과 개발 논쟁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1년 3개월 후 한탄강댐 건설계획은 극적으로 부활했다. 이미 무덤 속으로 들어간 한탄강댐 건설계획을 부활시킨 장본인은 국무총리실이었다.

지난 8월 22일 총리실 산하의 ‘임진강유역 홍수대책 특별위원회’가 감사원의 결정을 번복하고 다시 허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와 같은 귀신이 곡할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일까.

물론 거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건교부가 주도한 ‘한탄강댐 검증단’은 이날 기존의 댐 계획을 대신할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규모가 작아서 비용은 적게 들면서도 홍수조절 효과는 뛰어난 댐을 지을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이다. 당시 검증단이 총리실에 보고한 댐의 저수용량은 1.27억t, 비용은 8천5백60억원이었다.

그것은 감사원에 의해 백지화되던 당시의 규모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축소된 것이었다. 실제로 백지화된 건설계획은 저수용량 3.05억t, 비용 1조2천억원이었다. 그런데 총리실의 허용 조치 2개윌 후 수정돼 발표된 기본계획 보고서에는 저수용량 2.70억t, 비용 1조9백50억원으로 규모가 다시 늘어나 있었다. 최고확률 강수량 기준을 바꿔치기한 결과였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건교부의 낯 두꺼운 행보는 계속됐다. 2007년 예산으로 한탄강댐 건설비용 1백50억원을 떡하니 신청한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지난 11월 20일 정부안대로 심의 의결을 끝냈다는 사실이다.

평소 갈등과 대립으로 일관하던 여야가 이 문제에 있어서만은 ‘찰떡 공조’를 선보인 것이다.

환경연합, 녹색연합, 환경정의 등 전국 19개 단체의 연대모임인 한국환경회의는 지난 11월 27일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건설족의 대변인’으로 규정했다. 한탄강댐과 관련해 노 대통령과 한 총리가 건교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인식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총리는 성명서에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대목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건교부, 수공, 이들에 속한 몇몇 관변 교수, 전문가들이 한명숙 국무총리까지 속이는 국기문란 사태를 일으켰다. 이런 사태를 주도한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고, 거짓 정보를 토대로 국무총리실이 결정한 한탄강댐 건설 결정은 백지화돼야 한다. 한탄강댐이 결정되는 과정은 건설족의 대변인으로 전락한 노무현 대통령의 무능과 건설족의 행동대원으로 추락한 이 정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눈멀고 귀먹은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    

한탄강댐 건설예산을 건교부가 요구한 대로 통과시킬 것인지, 아니면 반송하거나 삭감시킬 것인지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국회 예결특위에 있다.

이들이 국정과 예산을 꼼꼼하게 감사하는 국회 고유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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