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는 정책적 담판을
군수는 정책적 담판을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15 00:00
  • 호수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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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서천군을 설계하며 내가 적임자라고 나선 사람들, 그 중 그래도 서천군 살림을 맡겨도 좋을 사람들을 선택한 지 반년이 지나고 있다. 작금의 서천군 현실을 보면서 과연 우리가 지도자들을 잘 선택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삼국지 속의 인물 ‘조조’와 그의 모사 ‘양수’를 대개 알고 있을 것이다. 조조 대군이 산곡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할 때, 유비와 싸워 이길 것 같지도 않고 물러서자니 천하의 비웃음을 살 것 같아 고민 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와중에 받은 밥상이 닭요리였다. 닭 부위 중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 바로 닭갈비(계륵,鷄肋)이다. 조조는 이것을 보며 ‘계륵이로다’ 했다. 그래서 그날 작전명이 ‘계륵’이었고, 이 단어 속에서 주군 조조의 속내를 읽고 앞서 ‘회군’을 준비한 사람이 양수이다. 속내를 들킨 조조는 지나치게 영특한 양수를 그만 자존심에 못 이겨 처형하고 만다. 그 후 패배하고 후퇴하는 상황에 직면해서야 ‘아까운 부하’를 잃은 것을 후회하는 대목이 있다.

지금 서천은 장항산단 추진을 놓고 진퇴양난(進退兩難)에 처해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인 것이다.

5·31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오직 장항산단 착공을 위해 목숨 걸겠다고 했던가, 또 군민들이 이 공약하나만 보고 뽑아 줬겠느냐 하는 것이다. 군수나 군의원들이나 본연의 임무는 뒷전인 듯, 멀어져가는 장항산단에 매달려 있다.

서천군민의 선택을 받은 이 사람들의 대응은 마치 초등적 정치쇼를 보는 듯하다. 정부가 장항산단을 추진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나 군수는 적어도 지난 8월경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또 국회 예결위원들이 현지를 방문했을 때 이상민 의원은 “면적을 좀 줄여서 하면 환경단체가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해 마지못한 정부의 ‘면적 축소 방침’도 감지된 사항이다. 모든 상황이 서천군민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매듭지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서천군민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면 정부의 입장이 바뀔 것처럼 극단적인 행동을 유발하고, 서천군민 전체의 뜻인 듯 호도하고 있다. 대통령이 다녀간 사실 하나만으로 장항산단이 착공 될 듯이 군민들을 현혹 시켰다. 이때 진정 나 군수가 노 대통령의 20년지기 였다면 양수가 조조의 심기를 읽었듯, 대통령의 심기를 읽었어야 했다.

군의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단식투쟁을 한답시고 ‘청가’를 받아 본분을 이탈하고 있다. 단식투쟁이라 하면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가 뒷받침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런 각오도 없어보였다. 단식기간 중 공중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들을 오라 가라, 매일 혈압과 혈당을 재며 건강을 점검했다. 그리고 지금 군수와 군의원 하나는 병원에서 링거를 꼽고 몸을 돌보고 있다.

모든 게 때가 있는 법인데 뒷북치며 목숨 거는 양 단식투쟁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이들의 행동은 민주운동이나 환경운동에서 목숨 걸었던 단식투쟁가들을 모욕하는 일일 것이다.

아마도 나 군수는 몸을 추스르며 다시 천막으로 가야할지, 직무실로 돌아와야 할지 고민했을 것이다. 이 때야 말로 군수에게 ‘양수’와 같은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나 군수는 자유인으로 있을 때 삼국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협지를 섭렵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쯤 되면 군수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냉철하게 판단해 속히 군민들을 혼란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면피용 정치쇼 보다 대안을 갖고 대통령이나 국회와 정책적 담판을 짓는 서천군의 수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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