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중단하지 말자’
‘배움을 중단하지 말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22 00:00
  • 호수 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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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들어 쏟아지는 서천군청의 보도자료 십중팔구는 장항산단과 관련한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는 장항지역 초등학교의 등교거부와 관련된 것이다. 게다가 충청권 언론을 중심으로 제목하나 바꾸지 않고 내보내는 언론이 많다.

하나같이 ‘장항산단착공 대정부투쟁 비대위’의 등교거부 운동을 부추기는 수준이다. 세상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지시에 따라 책걸상 대신 발포지 한 장 깐 차가운 바닥에 앉았다. 따뜻한 학교급식 대신 찬 우유와 빵을 받아먹었다. 어린이들은 ‘인권’이나 ‘학습권’을 침해당한 것이다. 이런 일을 논평도 없이 어른들이 정당하고 당연한, 또는 위대한 일이나 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취재현장에서 전국일간지 사진기자 외에 이들 언론사의 기자들을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정론인 양 1면에 대서특필 할 수밖에 더 있었겠는가.

등교거부운동 첫날인 18일, 비대위 인사들이 등교시간 교문 앞에서 집중 적으로 관리하며 등교거부운동을 펼친 장항초, 학교가 자체적으로 집계해 교육청에 보고한 결석률은 47.7%이다. 재적학생이 가장 많은 장항중앙초의 경우도 39.8%로 마동초는 이와 관련 단 2명이 등교를 하지 않았을 뿐이며 19일에는 이들도 등교했다. 또 송림초의 경우 18일 교육감 방문 일정으로 19일부터 동참하기로 했다는 보도 및 홍보와는 달리 등교거부에 아예 참여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여 18일에는 43.2%, 19일은 42.3%의 결석률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장항초와 중앙초는 어린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서둘러 19일과 20일 방학식을 가져 등교거부의 확산은 커녕 무산으로 끝났다.

근본적인 문제는 군과 비대위의 군산에 비해 낙후 됐다는 등의 ‘패배주의’ 이론을 앞세우며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초등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는 행위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부모라도 빼앗을 수 없는 것이 의무교육으로 정해진 초등교육이다. 어린이들은 학교라는 틀을 부모의 허락 하에 벗어나는 일, 체육관에 모여 공부대신 재밌는 영화를 보는 일이 우선은 신났을지 모른다. 또 이런 모습이 어린이다운 천진함이다. 그 천진함을 담보로 어른들의 사욕을 채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나 세계적으로 교육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나라이다. 전쟁터에서도 천막학교를 세워 후세들을 가르쳤다. 일제 때 사재를 털어 민족의 후예들을 가르쳤던 곳이 화양면 화초리에 있었던 한영학교이며 경제 김인전 선생을 비롯한 이곳 출신 학생들이 마산 새장터 3.1운동을 주도했었다. 근대에 들어서는 한산면 종지리 출신 민족지도자 월남 이상재 선생 역시 청년들을 가르치고 일깨우는 것을 가장 중요시 했었다.

이런 서천에서, 초등학생들의 ‘학습권’을 담보로 한다는 것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서천군과 비대위는 더 이상 서천군민들을 도매금으로 ‘무식한’으로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이 아무리 물질만능주의에 휩쓸려 있다지만 내 배 채우자고 자녀들의 배움의 길을 중단하겠는가. 년 전에 폐교됐던 장항읍 화천리 소재, 정의여자중·고등학교가 새로운 배움터로 준비하고 내걸은 표어 ‘배움을 중단하지 말자’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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