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지역주의
노무현과 지역주의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22 00:00
  • 호수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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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 민
여의도통신 논설위원, 시사평론가

노무현 대통령이 ‘중도하차’ 발언과 ‘탈당불가’, ‘신당반대’ 발언을 쏟아내던 주간에 한 라디오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여러 정치학자, 변호사, 기자들이 나와 이런 ‘노 대통령의 발언 의도’를 놓고 열띠게 해석했다. 온갖 말들이 나왔지만 결론은 싱거웠다. ‘노 대통령의 속은 아무도 모른다’였다. 사실 노 대통령의 화술은 많이 곱씹어서는 탈나는 것이다. 직설적이기 때문이다. 또 노 대통령의 성격은 ‘한다면 한다’이다. 안 되는 것이 많았지만 신념을 접은 일은 없다. ‘지역주의 해체’라는 소신은 더욱 그렇다.

노 대통령은 실로 지역주의의 최대 희생자였다. ‘전라도당’ 소속이라는 오명을 쓰며 부산시장 선거, 부산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서 줄줄이 낙선했다.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없다”는 말은 자체적인 팬클럽 ‘노사모’의 출발 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런 그는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뽑기 위한 광주 경선에서 당당히 1등 한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로써 그는 지역주의 타파라는 시대적 요구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그러나 현존하는 한나라당의 영남 장악력, 호남권에서 맹주 노릇하는 민주당이 마음에 안들었던 모양이다.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탄핵당’으로 몰아세워 도태시키려 했다.

일단 민주당은 몰락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장악력은 여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듬해 보선에 온갖 지역 특혜 공약을 가득 실어 대구 경북 보선에 후보를 출정시켰다. 그러나 그 노력은 역시 물거품이 됐다.

노 대통령은 전략을 바꿨다. 이듬 해 여름 한나라당을 상대로 ‘2등 해도 당선할 수 있는’ 선거구제 개편안 수용을 전제조건으로 권력을 통째로 넘겨줄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말이다. 이른바 대연정 제안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이런 제안이 유효함을 못 박기도 했다.

도태시키지 못한다면 합쳐서라도 지역당을 없애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제는, 한나라당이 ‘꼼수’라며 일축했다는 점이다.

이런 와중에 호남에서 벌어진 보선에서는 민주당이 줄줄이 당선됐다.

이미 우리 사회는 지역주의를 구시대 패러다임으로 규정하는데 합의했다. 이제는 국가의 미래를 가로막는 거악으로써 맹위를 떨칠 만큼 위력적이지도 않다. 그것은 영남 출신이면서 호남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의 출현이 입증한다. ‘광주’의 가해자로 평가받는 후신들이 망월동에 가서 머리 숙이고 사죄하는 모습 또한 역설한다. 그러나 대통령만은 아직 성이 안 찬 것일까. 자기 손으로 지역주의를 요절내겠다며 민생 팽개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자초하며 달려들고 있다.

기실 가만히 있어도 사라질 지역주의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 그쪽 채널은 꺼야 한다. 그리고 서민과 중산층의 먹고 살 걱정을 충실하게 챙기는 데 보다 천착해야 한다. 이제 1년 남았다. ‘자신의 실패’가 ‘지역주의 극복세력의 패배’라는 점을 인식할 시점이다.

정치공학이 통할 때도 아니다. 영남당이든 호남당이든 한 줌도 안 되는 지역주의로 또다시 내년 대선과 내후년 총선에서 좌판을 펼치는 자들을 응징하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지역당 말살 해법’이다. 그러니 국민에게 잘 보여야 한다. 국정수행 지지율 5.7%(헤럴드경제-케이엠연구소 12.2~4 조사)로는 답이 안 보인다.

국민이 권력을 만든다. ‘국민이 대통령’이라 한 사람은 바로 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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