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단식투쟁으로
11일 단식투쟁으로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2.09 00:00
  • 호수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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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장항읍을 시작해 2일 서천읍을 끝으로 2007년 군정설명회 및 주민과의 대화가 막을 내렸다. 이 자리에서 군수야 앞 탁자에 앉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군의원이나 도의원은 누가 앉느냐에 신경을 쓴다. 선출직 공무원들에게는 유권자인 주민들에게 낯을 세우기에 이보다 좋은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들어주고 또 최고 책임자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즉석에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자리니 참여하는 주민들도 영광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군수나 의원들도 서로 칭송하고 참석하는 주민들은 으레 군수를 칭송하는 말을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무엇이든 적당함이 좋은 것이요, 넘치면 차지 아니함만 못하다 했다. 즉, 칭송이 적당하면 격려이며 위로가 되지만, 넘치면 아첨이 된다. 올 순방에서는 민망 하리 만치 군수를 칭송하는 말들이 많았다.

지난해 말 장항산단 착공 연내 결정을 요구하며 11일 단식하고 그 두 배의 기간을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지내고 퇴원 후에도 후유증으로 업무에 지장을 받았다. 서천군의 모든 행정을 살펴야하는 군수가 단 한 가지 일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군수 부재중인 12월 11일, 군은 “군수 단식·입원 부재중 불구 업무공백 ‘없다’” 제목에 “서천군, 조류 인플루엔자 유입 차단 및 내년도 예산안 편성 등 당면업무 만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홍보자표를 냈다.

그러나 당시 조류독감 방역이 하구둑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군민들이 다 아는 바이다. 허술한 방역에도 불구하고 서천이 지금까지 무탈한 것은 천운이 아닐 수 없다. 또 군의회 ‘2007년 서천군 업무보고’에서 행정공백이 여실히 증명됐다.

그 예로 ‘군장대교’의 국도4호선 확정에 대해 어떠한 대비도 못했다. 이에 대해 황배원 의원은 “용역 좋아하는 서천군이 왜 4호선 군장대교 건설이 서천에 미치는 영향평가는 하지 않았는가”라고 질책했다. 또 서천군이 기대해 마지않는 서울시공무원연수원 완공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구체적인 홍보전략을 아직도 세우지 못했다. 장애인복지 관련 업무도 마찬가지여서 이번에 큰 홍역을 치른 것이기도 하다.

산단착공 신드롬에 빠진 군수와 서천군 행정, 이를 바로 잡지 못한 군의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만은 않다. 성난 군중을 자극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이 나소열 군수를 중심으로 모이고 찾아들고 있다.

사정이 이런대도 주인 된 주민들이 군수를 질책하기는커녕 영웅시까지 하는 모습에서 주민의 주권은 고스란히 상실돼 버렸다. 애써 단식투쟁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다며 악수조차 힘있게 하지 못하는 군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부녀회장들의 시선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어쨌든 군수는 단식투쟁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지라도 군민들의 동정을 사는 데는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군수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첨하는 말에 익숙해지는 순간에 판단력이 흐려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는 것을, 과오에 대해 쓴 소리를 해주는 벗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요, 또 쓴 소리를 잘 소화해 내는 사람은 희망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주인된 주민들은 서천군 발전을 위해 형식적이고 관례적인 칭송보다는 군수를 향한 따끔한 쓴 소리가 필요한 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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