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해야
있을 때 잘해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3.30 00:00
  • 호수 36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엇인가를 잊고 살다가 필요해서 찾게 될 때 그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반가운 일이다. 나아가 귀하게 여기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수시로 있어야 할 곳에 있는지 확인하며 안심한다.

서천 땅에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 같은 들판과 갯벌, 또 당연히 그 곳에서 흘러야 했던 것 같은 금강, 금강과 만나는 바다, 나지막해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산들이 서천의 자연환경이다. 이 것은 난생 처음 서천을 찾은 사람들을 감탄케 하는 빼어난 절경이 못 된다. 그러나 서천 사람들의 피땀이 고인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전쟁놀이에 익숙한 미군에게 대대로 농사짓던 땅을 내어준 경기도 팽성 대추리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렇다. 그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935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을 밝혔다. 지난 24일, 눈물 속에서 그 마지막 촛불을 밝히고 ‘다시 돌아온다’는 희망을 놓고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대추리 사람들도 뼈아픈 현실에 직면하기 전엔 그저 논밭이 있으니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총칼 앞에서도 피와 절규로 지키려던 땅을 내어주고 말았다.

여기서 교훈을 얻고자 하는 것은 대추리 사람들에게 면목 없는 일이며 비교하기 민망하지만 서천사람들도 ‘대정부 투쟁’ 경험이 있다. 2004~5년 핵폐기장 유치 반대투쟁과 장항산단 찬·반 투쟁이다. 또 서천만의 문제가 아닌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 투쟁도 진행 중이다. 작게는 서부교통 노조가 군청 앞에서 천막투쟁 중이며, 장애인들도 권익보장을 위해 대대적인 투쟁을 했다.

하나 같이 잃어버린 것을 찾거나 갖고 있는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싸움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 많지만 서천사람들은 핵의 위험에서 서천을 지켜내는 기쁨을 맛봤다. 현안인 장항산단 문제로는 갯벌과 바다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서천경제회복이라는 명목으로 장항산단을 유치하려는 사람들의 싸움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것도 조만간 갯벌도 지키고 경제회복의 대안도 챙기는 좋은 결과를 낳을 것으로 믿는다.

서천 현안의 중심에 주민들이 있고 언론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군수의 역할이 핵심이다. 여기저기서 5년 째 서천군을 이끌어 가는 군수를 탄핵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가 외치는 ‘어메니티 서천’도 실효는 커녕 난개발의 양상까지 보이고, 주민갈등 해소는 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대중교통 문제 해결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또 민원인들에게 무례하고 무능하기까지 한 공무원들을 오히려 감싸 더욱 무례하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있다. 이는 성실하게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의 사기를 꺾고 군민의 희망을 빼앗는 일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7월1일부터 적용되는 주민소환제의 직격탄을 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주민들도 현명하게 대처하고 <뉴스서천>도 ‘정론직필’을 더욱 견고히 해야겠지만 군수도 그 자리에 있을 때 잘해야 할 것이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1991년 5월 기산면 영모리 소재 문헌서원 내 장판각에 소장되던 가정·목은선생 문집 목판이 도난당했었다. 지난 25일 경기도 광주시 한 골동품상에서 발견돼 일부 되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로 16년 10개월 만에 잃어버렸던 소중한 문화재를 되찾게 된 것이다.

당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많이 들먹였다. 옆에 있을 때, 그 자리에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