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한산으로 떠나자!
가을엔 한산으로 떠나자!
  • 이강선 기자
  • 승인 2007.11.23 00:00
  • 호수 39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우리 고장의 문화재<5>

요즘 신성리 갈대밭… 도심의 차량소리도, 웅성거리는 저잣거리의 사람소리도, 생산현장에서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기계소리도 들리지 않는 한적한 강변 모습 그대로 사람 마음을 잡아끌고 있다. 가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그렇게 긴 장마에도 꺾이지 않던 들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가을 밤 찬바람에 겨울이 걱정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사회구조가 다분화되고 복잡해짐에 따라 할 일이 많아져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기 어려운 것이 우리들의 현실일 게다. 이렇듯 멀리 떠날 수 없는 상황들이 발걸음을 잡는다면 가까운 한산으로 떠나 보자. ▲ 1 신성리갈대밭
요즘 한산 신성리 갈대밭은 서천에서 보기 드문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비바람에 지쳐 버렸을 갈대들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젊은 연인들은 갈댓잎이 서로 비벼대며 소곤거리듯 사랑이야기를 나누면서 갈대밭 사잇길을 거니는 정겨운 풍경을 접할 수 있다.

갈대밭 오솔길 사이로 조잘대는 어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비명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흐르는 강일 진데 금강호에 갇힌 파도가 일렁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 2 여사천이 남쪽으로 흘러 금강과 만나는 상지포 신성리갈대밭은 한때 마산 신장(新場)을 잇는 포구였다. 전북 익산시 웅포를 떠난 배가 한산면 신성포에 닻을 내리면 모락모락 아침밥 짓는 연기가 솟아오르는 주막집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밥 한 덩이를 물에 말아 먹고 더벅더벅 걸어서 마산면 신장을 보고 되돌아가는 포구였다. 때론 소를 팔기 위해 신장으로 가던 날 배에 탄 소의 눈물이 햇살에 비쳐 더욱 마음을 아프게도 했던 포구이기도 했다. 1894년에는 전라도 동학농민군이 한산읍성을 점령하기 위해 이곳 신성포에 진을 쳐 한산읍성을 함락시켰던 곳이다. 그때는 신성포를 상지포(上之浦)라고 불렀다. 또 2000년 9월에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덕분에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남한과 북한 병사들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순찰하다 서로 만나는 장면이 나오고, 남한 병사가 지뢰를 밟았을 때 북한 병사의 도움으로 남한 병사가 살아나고, 남북한 병사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발점이 된 그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우리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공동경비구역 JSA’는 이제 사람과 철새 사이에 존재하는 공동생활구역이 되어 버렸다. 사람은 논밭에서 살고 철새는 금강에 살며 공동으로 관리해야 하는 공간인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얽혀 있는 신성리갈대밭은 우리들에게 가을 동화를 듬뿍 선사한다. ▲ 3 한산모시관
한산의 신성리갈대밭만 우리를 부르는 것은 아니다. 가지각색의 단풍으로 찬바람을 제공하는 건지산 봉서사, 철은 지났지만 과객을 손짓하는 모시관, 애주가에게는 언제나 군침이 도는 앉은뱅이술 한산소곡주 양조장, 의연한 모습으로 한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청년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인 월남 이상재 선생의 생가터, 한산이씨의 시조 이윤경 묘소와 한산의 전설을 담고 있는 지현리 석탑 등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 4 이상재 선생 생가지 모시관에서는 한산세모시짜기 장면과 모시관련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다. 그 모시관 앞쪽에 길을 건너 동쪽으로 약 50여m 정도 내려가면 백제의 술 한산소곡주 양조장이 있다. 그곳에는 우리 고장의 무형문화재를 홍보·전시하기 위해 복합전시관을 신축 중이고 내년 설날을 전후하여 개관할 예정이며, 한산소곡주의 전시 및 체험과 공작선, 바디, 대목장 등의 문화재를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5 무형문화재 복합전시관
한산에서의 문화재 즐기기는 가족과 함께, 계모임에서, 동창회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여정이다.

첫 번째 여정은 한산모시관 앞마당에 모여 모시관과 소곡주 양조장을 돌아보고 한산면사무소 옆의 지현리3층석탑을 본 다음 신성리갈대밭을 거니는 것이다.

두 번째 여정은 한산모시관 앞마당에서 모여 모시관과 소곡주 양조장을 돌아보고 지현리3층석탑, 이상재 선생생가터를 들러 신성리갈대밭에서 새들과 숨바꼭질을 즐기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한산모시관 앞마당에서 모여 모시관과 소곡주 양조장을 돌아보고 모시관 뒷길을 따라 산행을 하여 영모리산성, 건지산성, 봉서사, 월남 이상재 선생 생가를 돌아보고 끝으로 신성리갈대밭에서 저물어가는 햇살의 노오란 색감이 갈대꽃과 어울어짐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신성리갈대밭을 먼저 보고 한산 시내에 들어와 모시관, 소곡주 공장, 지현리3층석탑, 봉서사, 월남 이상재 선생 생가터를 둘러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느 여정이든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데는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이번 주말은 한산에서 따뜻한 겨울 준비를 해 보자. 가족. 친지, 동료와 함께 떠나 보자. 자신의 모습을 가까운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도량(道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장(新場) : 모시, 미곡, 우시장으로 번성하여 새장터 또는 신장이라고 부르고 1919년 3월 29일 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는 기념탑이 세워져 있는 독립정신이 메아리치는 마을이다.

<글/사진 이강선 프리랜서>
<자문/ 유승광 박사>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지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