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산 신성리 갈대밭은 서천에서 보기 드문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비바람에 지쳐 버렸을 갈대들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젊은 연인들은 갈댓잎이 서로 비벼대며 소곤거리듯 사랑이야기를 나누면서 갈대밭
사잇길을 거니는 정겨운 풍경을 접할 수 있다.
갈대밭 오솔길 사이로 조잘대는 어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비명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흐르는 강일 진데 금강호에 갇힌 파도가 일렁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한산의 신성리갈대밭만 우리를 부르는 것은 아니다. 가지각색의 단풍으로 찬바람을 제공하는
건지산 봉서사, 철은 지났지만 과객을 손짓하는 모시관, 애주가에게는 언제나 군침이 도는 앉은뱅이술 한산소곡주 양조장, 의연한 모습으로 한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청년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인 월남 이상재 선생의 생가터, 한산이씨의 시조 이윤경 묘소와 한산의 전설을 담고 있는 지현리 석탑
등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한산에서의 문화재 즐기기는 가족과 함께, 계모임에서, 동창회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여정이다.
첫 번째 여정은
한산모시관 앞마당에 모여 모시관과 소곡주 양조장을 돌아보고 한산면사무소 옆의 지현리3층석탑을 본 다음 신성리갈대밭을 거니는 것이다.
두 번째 여정은 한산모시관 앞마당에서 모여 모시관과 소곡주 양조장을 돌아보고 지현리3층석탑, 이상재 선생생가터를 들러
신성리갈대밭에서 새들과 숨바꼭질을 즐기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한산모시관 앞마당에서 모여 모시관과 소곡주 양조장을 돌아보고 모시관
뒷길을 따라 산행을 하여 영모리산성, 건지산성, 봉서사, 월남 이상재 선생 생가를 돌아보고 끝으로 신성리갈대밭에서 저물어가는 햇살의 노오란
색감이 갈대꽃과 어울어짐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신성리갈대밭을 먼저 보고 한산 시내에 들어와 모시관, 소곡주 공장,
지현리3층석탑, 봉서사, 월남 이상재 선생 생가터를 둘러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느 여정이든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데는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이번 주말은 한산에서 따뜻한 겨울 준비를 해 보자. 가족. 친지, 동료와 함께 떠나 보자. 자신의 모습을
가까운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도량(道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장(新場) : 모시, 미곡, 우시장으로 번성하여 새장터 또는
신장이라고 부르고 1919년 3월 29일 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는 기념탑이 세워져 있는 독립정신이 메아리치는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