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니티는 혹세무민인가
어메니티는 혹세무민인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12.21 00:00
  • 호수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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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 선거 기간에 많이 등장한 사자성어 중의 하나가 혹세무민(惑世誣民)이다. 세상을 현혹하고 백성을 어지럽게 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증거 일 것이다.

대통령의 정치철학으로 경제가 회복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세상이 올 거라 믿는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박정희 시대에는 가능했을 수도 있다. 독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경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 시절에도 봉제공장 노동자, 월남전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 독립투사의 가족들처럼 불행한 사람은 존재했다. 복권 1등에 당첨되지 않는 한, 서민들 모두가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들처럼 되기는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다만 서민이 바라는 것은 안정적인 직업 속에서 꾸준한 소득을 담보하며 가족의 행복을 지켜나가는 일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만 잘 뽑으면 경제가 저절로 살아 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 양심도 도덕성도 필요 없다는 식이었다. 경제 살리기를 아직도 6~70년대식 토목건설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복지와 일자리 등의 공약부분 재원마련을 건설비용을 줄이는 데서 찾았다. 전문가들도 건설 분야의 거품을 빼면 수조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외형적으로 토목·건설은 경제에 활력을 주는 듯하다. 지구상에 사람이 살고 있는 한 집을 짓고 길을 내는 등의 최소한의 건설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토목·건설로 부를 축적한 집단들은 끝없이 일거리를 원한다는 점이다. 멀쩡한 도로를 뜯었다, 덮었다 하는 폐단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삼성중공업 유조선의 태안기름 유출 사고로 자연환경을 무시한 경제활동의 유해성을 실감하고 있다. 고기를 잡을 수 없는 어민들은 물론, 해안관광산업 등 여기서 파생되는 2~3차 산업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당장에 마량리 해넘이·해돋이 축제가 무산되고, 판매된 해산물이 되돌아오고 있으며, 거래처는 서천 수산물을 보내지 말라는 통보를 해오고 있다.

군산시는 3천억원에 핵폐기장과 환경을 바꾸려 하더니, 이제는 5천억원에 복합화력발전소와 환경을 바꾸려 하고 있다. 순수하게 서천 바다에서 얻는 수익만 해도 1년에 2천억원이고 2,3차 사업으로 가면 3~5천억원에 달하며 고용창출 효과는 여타산업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행히 서천군은 ‘어메니티 서천’을 표방하며 생태도시를 설계했다. ‘건설공화국’으로 전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는 속에서 ‘어메니티 서천’은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라 하겠다. 군민 70%가 농·어업에 종사하는 서천으로서는 매우 타당성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최근 군에서 시도하는 사업을 보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단지 조성사업과 골프장 유치사업이 그렇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서천을 만들겠다는 말은 그야말로 혹세무민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골프장 사용료가 반값이든 공짜든 먹고살기에 급급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금 서천군수가 가져야 할 철학은 ‘어메니티 서천’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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