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이명박, 그만의 스타일
천하의 이명박, 그만의 스타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12.28 00:00
  • 호수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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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우 열
칼럼위원

남들이 대단하다고 평가해주는 성공한 사람이라도 정작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평할 때에는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겸손해서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능력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 머뭇거리고 갈등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일반적인 추론은 대통령 당선자 이명박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는 매사에 자신만만하고 주저함이 없다. 그의 자신만만함은 하늘을 찌른다. 서울시장 취임 1년 만에 거센 반론에도 불구하고 청계천 복원사업과 강북 뉴타운 개발에 착수했다.

취임 2년째에는 서울시 교통체계를 개편하여 시민의 호응을 받았다. 그는 서울 시민을 등에 업고 행정수도 이전을 앞장서서 반대하여 노 정권에 정면으로 대항하기도 했다. 취임 3년째에는 청계천 복원 사업을 2년 만에 완공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고 청계천 신드롬을 일으켜 대통령 당선의 발판을 굳혔다.

그는 뭔가 외형적인 업적을 과시하는 사람이다. 시장 시절, 서울시는 사방에서 망치소리가 들리는 듯 요란했다. 밀어붙이기식 개발정책은 한반도 대운하의 대선 공약으로 이어진다. 과업지향적 개발주의는 ‘나는 할 수 있다’는 그만의 특유한 자신감의 소산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꼼꼼하고 치밀하여 매사에 허술한 데가 없다.

그는 여우처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결심하면 민첩하게 추진한다. 그는 시장 시절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저는 막연하게 그림을 발표하는 정치인 시장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부끄러워 못합니다.

저는 완벽하게 검토하고 준비해서 시행단계에서 발표하는 기업가적 시장입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저를 신뢰합니다.” 현대건설 재직 중 직원들의 업무를 파악하려고 밤새워 불도저를 분해하고 조립하기도 했으며, 서울시장 취임 전에 시청 과장 수준의 업무는 철저하게 파악해 놓았다고 한다.

평균 네 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었고, 현대건설 사장 시절 한밤 중 해외 지사에서 걸려오는 국제전화를 받을 때 언제나 깨어 있는 사람처럼 또렷한 정신으로 받았다고 한다. 그의 표정에는 언제나 서릿발 같은 긴장감이 배어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인간 능력의 한계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20대 중반 사회에 진출하여 40여 년 만에 그는 너무 많은 것을 성취했다.

노점상 고학생에서 30대에 현대건설 사장으로, 국회의원 두 번, 서울 시장, 수백억 대의 재산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제왕적 권력에 이르기까지 실패를 모르는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갖고 있다. 테니스, 클래식 음악, 오페라, 발레 감상, 달동네 밑바닥 인생살이, 미국 유학, 교회 장로, 시위하다 감옥살이, 선거법 전과, 위장 전입, 탈세, 히딩크와의 사진 찍기 해프닝, 자녀 위장 취업, BBK 주가조작 의혹 등 얽히고 설킨 삶의 길목에서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본, 그야말로 ‘천하의 이명박’이다.

나약하고 의존적인 사회 풍토에서 인간 이명박의 자신감 있는 당당함을 보노라면 배 아픈 게 아니라 오히려 즐겁다. 그래서 국민은 그의 인간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하기를 주저치 않았다.

자신감, 결단력, 민첩한 추진력, 효율성 등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특유의 스타일은 대통령 당선자의 장점이자 약점이다. 그에게는 가슴 속에 흐르는 넉넉한 강물 같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정치는 기업 경영과 달리 효율과 능률만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 비효율적이지만 놀고 먹는 사람도 돌보아야 하는 게 정치다. 그에게는 양극화 해법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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