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협상, 위기를 기회로 삼자
쇠고기 협상, 위기를 기회로 삼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4.28 00:00
  • 호수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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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균
편집주간

미국 방문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상공회의소 주최 만찬장에서 쇠고기협상 타결 소식을 보고 받고 ‘박수’를 쳤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누구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인가. 대한민국 시민인가 미국 도축업체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쇠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도시 근로자와 소비자들이 값싼 고기를 먹도록 한다는 점도 있다"며 한미 쇠고기협상을 평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를 이토록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것은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광우병은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은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이 병에 걸리면 사람도 소와 마찬가지로 뇌의 단백질 이상으로 신경세포가 죽어 스펀지처럼 뇌에 구멍이 뚫려 결국 사망하게 된다. 전염인자인 프리온(Prion)에 의해 발병하며 잠복기가 10~40년으로 긴 데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뇌조직을 떼어내야 하기 때문에 진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일반적인 소독법으로는 파괴되지 않으며, 식품뿐 아니라 수혈과 장기이식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발병하면 3개월에서 1년 안에 죽게 되는 치명적 질환이다.

광우병은 1986년 처음 발견된 이후 빠르게 확산되었다. 광우병 발병의 원인은 사료에 있다. 소는 본래 풀을 먹고 사는 초식동물이다. 그러나 연한 육질의 쇠고기를 빠른 기간 안에 얻기 위해 소에게 고기를 먹인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었다.

영국에서 처음 광우병이 발병할 당시 소에게 먹일 사료에 스크래피라는 중추신경계 질환에 감염된 양고기가 포함된 사료를 소에게 먹였던 것이다.

광우병이 최초 영국에서 발견된 스크래피에 감염된 양 고기를 사료로 먹인 소가 전세계적으로 퍼지며 전 세계적으로 광우병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광우병의 발병 원인과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였다.

미국 쇠고기가 광우병에 걸리지 않은 것을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를 죽여 뇌를 갈라 뇌 조직을 해부해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 이상 신경증상인 침을 흘리거나 마비, 불안 증상이 보여야 광우병으로 잠정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광우병은 소의 몸 안에서 2~8년의 긴 잠복기간을 거친다. 따라서 광우병 발생 국가에서 들어오는 쇠고기는 이미 광우병 병원균을 보유한 채로 수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더 큰 문제는 단순히 소 뿐만 아니라 그 소를 먹은 사람에게 인간 광우병이라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을 옮긴다는 점이다. 인간의 치매 퇴행성 질환인 ‘크로이츠펠트 야콥병'과 동일한 증상을 보여 소에게서 감염된 병은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으로 부른다.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잠복기간이 수십 년이나 돼 보통 50대 이후에 발병하며 빨라도 40대 후반은 되어야 증상이 나타나 1년 이내에 사망한다고 한다. 하지만 소에게서 감염된 인간 광우병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나이와 상관없이 발병한다는 점이 다르다.

2004년에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을 펴낸 미국의 의사 콤 켈러허는 미국에서 치매로 사망한 환자가 24년 동안 8,900퍼센트 증가했다고 증언했다. 콤 켈러허는 광우병이 치매로 감춰졌다고 주장한다. 그의 책은 몰수되었을 테지만 버젓이 세계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살코기만을 수입한다는 선이 무너졌다. 광우병에 감염되었을 확률이 높은 30개월 이상의 소와 뼈까지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권고에 따르면 미국과 같은 ‘광우병위험통제국'은 쇠고기 교역에서 광우병위험물질(SRM)의 경우 30개월령 이상이면 편도, 소장 끝, 뇌, 눈, 머리뼈, 등뼈, 등뼈 속 등을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30개월 미만일 경우에는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연령별로 광우병 위험물질 제거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당장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부터 수입하게 되면 안전성 측면에서 수입된 제품의 연령을 확인할 방법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협상 기간 계속 이 연령표시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의 권고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사실상 30개월령 미만이라는 연령 제한을 풀은 것이다.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인들이 먹는 쇠고기 모든 부위에 대해 완전히 빗장을 풀어주었다. 미국산 갈비는 물론, 등뼈가 붙어있는 T본스테이크, 사골 등 뼈가 붙어있는 부위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금지된 지 4년 6개월만에 들어온다. 곱창 등의 내장과 소시지 같은 육가공품도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햄버거 같은 가공식품에도 미국 쇠고기를 마음놓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쇠고기 분말스프가 들어간 라면이나 설렁탕도 마찬가지이다.

이르면 5월 중순경에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온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쇠고기를 덜 먹으면 된다. 그 대신 비싼 한우를 먹으면 된다. 소 값이 떨어져 한우농가의 걱정이 태산이다. 이번 기회에 수입사료에 의존하는 축산업도 조정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전업을 원하는 농가를 지원하는 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며, 소비자는 유기농산물 직거래에 관심을 갖자. 쇠고기 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힘을 모아 유기농산물로 식량자급을 도모하여 이번 위기를 땅과 후손의 건강을 살릴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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