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장항
갈피 못잡는 장항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7.21 00:00
  • 호수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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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어귀에 자리잡은 장항은 예로부터 자연의 혜택 속에서 풍요를 누리던 곳이었다. 서천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지가 발견된 곳도 장항이다. 그러나 오늘의 장항읍내를 보면 쇠락할 대로 쇠락한 모습이다. 문명의 발상과 번성은 큰 강 하구에서 시작된다는데 장항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일제가 1936년에 지은 제련소가 장항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산업화의 전통이 이어지지 못해 장항의 쇠퇴를 불러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근거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까지 실렸던 제련소 사진을 들고 있다. 그런 탓인지 외지에서는 서천은 몰라도 장항은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피상적인 관찰에 불과하다. 일제는 제련소가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 쌀 수탈을 위한 항구로 장항을 지목하고 1931년 장항선 전 구간을 개통하였다. 장항에 제련소를 세운 것은 일제가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후 무력으로 만주를 지배하기 위해 구입하는 무기의 국제결제 수단으로 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이 식민지에서 환경오염과 사람들의 건강을 생각했을 리는 만무하다. 제련소는 1천200여 명까지의 일자리를 보장해주었지만 중금속 오염이라는 형극을 남겨두고 떠나갔다.

장항의 번성을 주도한 것은 하구역 갯벌과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긴 기수역 구간을 자산으로 한 수산업이었다. 1994년 하굿둑 완공으로 금강과 서해가 남남이 되면서 장항은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퍼내도 퍼내도 더 높아지기만 하는 토사 퇴적으로 포구에 배를 대기 어렵고, 강을 따라 오르내리던 종어, 웅어, 뱀장어, 참게도 사라졌다.

이러한 장항에 근래에 들어 개발 봇물이 터지고 있다. 군은 갯벌을 매립하여 산업단지를 만들자고 목청을 높이다가 정부대안사업으로 급선회하여 생태도시를 주장하여 주민들을 어리둥절케 하더니 소도읍 육성사업에 이어 조선전문화단지가 계속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전망산을 문화관광지로 만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도 장항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수산업 종사자들은 이러한 어지러운 개발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갈피를 못잡고 있다. 테마 거리니 워터 프런트니 이벤트 거리니 하는 말들은 생소하기만 할 뿐 내가 처해있는 현실과 어떤 관련이 있어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장항읍을 두고 펼쳐지고 있는 개발계획을 보면 크고 작은 토목건설사업으로 공간 재구성이 주종을 이룬다. 여기에 생태도시라는 기본 방향에 배치되는 사업들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송림리 백사장을 관광자원화 한다며 바로 그 옆에 조선전문화단지를 계획하고 있고 장암리 오염토양 개선은 뒷전인 채 중금속 범벅인 전망산을 문화관광지로 만드는 일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장항에서 뿐만이 아니다. 신활력사업으로 명품 김을 생산한다며 갯벌 관리는 소홀히 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군은 장항에서 벌이는 여러 사업을 재점검하고 장항 주민들과 함께 먼 장래를 내다보는 일관성 있는 계획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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