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생각해보는 우리 농산물
추석에 생각해보는 우리 농산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9.11 15:57
  • 호수 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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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들어 불어닥친 산업화 바람은 농촌에도 밀려들었다. 상품으로서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너마지기 밭 전체에 대파를 심어 가격이 폭락하면 갈아엎는 현상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축산에도 이러한 바람이 불어왔다. 논갈이 밭갈이는 경운기가 맡고 소는 축사에서 살만 찌는 것이 임무가 됐다. 경운기가 올라갈 수 없는 산밭이나 다랭이논은 소가 다 농사를 지었지만 80년대 들어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이처럼 일하는 소는 구경하기조차 힘들어졌다. 경쟁력이 없는 산밭은 이제 묵밭이 돼버렸고 밭을 가는 농기구인 쟁기는 골동품처럼 돼버린지 오래다. 이제 막 자라나는 세대들은 수천년 이어온 우리 농업의 의미마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환경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농업이 새로운 시각에서 재검토되고 있다. 식량위기라는 직접적 요인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인간과 자연을 잇는 활동으로서도 농업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또 도시화라는 커다란 흐름을 거슬러서 귀농이니 유턴이니 하면서 농촌이나 시골로 인간의 환류가 일어나고 있다.

산업화로 인해 재화의 생산이 공장이라는 인공 환경으로 옮겨가고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고 있지만 농업활동을 통해 자연에 의지하고 자연을 살리고 자연과 공생하려는 사상이 우리 사회의 한편에서 꾸준히 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과 함께 땀흘린 농부들 덕분에 들판에 벼가 톡톡 익어가는 가운데 다시 추석을 맞았다. 가정마다 햇곡식, 햇과일을 준비하는 등 추석맞이에 분주하다. 이 때 우리는 우리가 소비하는 먹을거리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집 앞 텃밭에서 온 것도 있을 것이고 멀리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서 날아온 것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먹는 먹을거리가 생산, 운반, 소비되는 과정에서 운반되는 거리를 푸드 마일리지 (food mileage)라고 한다. 마일리지가 높을수록 배출된 온실가스가 높음을 뜻한다. 따라서 해외에서 건너온 먹을거리는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푸드 마일리지를 고려하여 먹을거리를 소비한다면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의 마일리지가 훨씬 작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국내산, 지역산 먹을거리 선택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는 곧 내 지역에서 생산된 식량을 소비하는 이른바 로컬푸드를 실천하는 것이다.

올 추석은 유난히 일러 수입산 먹을거리가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추석의 본래 의미는 추수감사제가 아님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유리이사금 조에 의하면, 왕이 신라를 6부로 나누었는데 왕녀 2인이 각 부의 여자들을 통솔하여 무리를 만들고 7월 16일부터 매일 일찍 모여서 길쌈, 적마(積麻)를 늦도록 하였다. 8월 15일에 이르러서는 그 성과의 많고 적음을 살펴 진 쪽에서 술과 음식을 내놓아 승자를 축하하고 가무를 하며 각종 놀이를 하였는데 이것을 가배(嘉俳)라 하였다 한다. 이처럼 추석은 본래 길쌈을 장려하기 위한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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