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선후(知所先後)면 즉근도의(則近道矣)라
지소선후(知所先後)면 즉근도의(則近道矣)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10.20 14:41
  • 호수 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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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규 칼럼위원
대학 장구 셋째절에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物有本末하고 事有終始하니 知所先後면 則近道矣리라” 세상 모든 물건에는 본과 말이 있고 일에는 종과 시가 있으니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안다는 것은 실로 도에 가까운 것이다.

옛 선인들은 바쁜 것 없이 그저 유유자적하게 살았고 먼저 할 일, 나중에 할 일들이 바뀌어 낭패 볼 일이 없는 완벽한 삶을 살아오신 것으로 알았는데 그때는 그때대로 어렵고 복잡한 일들이 많았는가 보다.

요즈음에야 나는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들을 구분하여 처리한다는 것이 그토록 중요하고 어렵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면 그 날 할 일을 정리해보고 할 수 있는 일과 불가능한 일들을 구분한다. 다음은 불가능한 일은 포기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생각하고 수습할 일을 고안해 본다.

다음은 당일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하고 구상해 본다. 그런데 이런 계획하고 구상하는 일들은 이론에 불과한 일이다.

현실은 항상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사고를 내고 일을 그르치고 만다. 나는 항상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한다.

얼마 전 낚싯배를 가지신 잘 아는 형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일 새벽 바다낚시를 갈 예정이니 동생도 가려면 따라 오란다 배가 나갈 시간이 새벽 여섯시이니 늦지 않게 항구로 오라신다.

“정말이지 이게 웬 ....우럭이냐?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낚싯대를 드리우고 망망대해 위에서 고기 잡는 그 기분은 말로는 다할 수 없는 매력이 있지...ㅋ ㅋ ㅋ, 낼 새벽 .... 두고 보자,!

서해바다 우럭은 거의 다 내 손안에 있다. 꼼짝 마라. 낚시를 끊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병이 도진 것이다. 낚싯대며 아이스박스 등을 준비해 놓고도 밤새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나를 보고 집사람이 말이 없다.

지금쯤이면 잔소리가 당연한데, 조용한 것이 어찌 좀. 껄적지근했다. 하여간 다음날 시원찮은 조황으로 빈 그릇만 들고 집에 들어왔다.

헌데 집에 와보니 잔소리해댈 아내가 없었다. 전화를 해보니 중요한 처갓집 행사가 있어서 갔단다.

아 ! 맞다.

며칠 전에는 가겠노라고 철석같이 약속을 했는데... 낭패이다.

왜 나는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다가 일을 그르치는가.

누군가의 말이었든가

물질에 천착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들보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착한다고 일갈했었다. 세상 많은 일 들은 보이는 것들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중요한 게 많고 또한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그런 일들을 지배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짧은 경험이지만 그르친 사건들 뒤에는 항상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왜 뒤에 있는 것을 보지 못했던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상 살아가기는 결코 녹록치 않았던 모양이다. 얼마나 어려웠으면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잘 할 수 있으면 도에 가깝다고 하겠는가.

하지만 삶에 지친 몸으로라도 도에 가까운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구분하며 살야야 하는데 오십이 넘은 지금도 삶을 어렵게 살고 있다. 이래저래 어려운게 삶인데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삶을 잘 살아갈 정답은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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