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부터 배운다
미국으로부터 배운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12.01 10:52
  • 호수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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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우열/칼럼위원

2008년 11월 6일, 버락 오바마가 당선 확정되던 역사적인 날 밤, 그가 수년간 빈민 구제 운동을 했던 시카고의 그랜드파크에는 오바마의 당선 연설을 듣기 위해 지지자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 흑인으로서 살아온 파란만장했던 지난 날들이 오바마의 머리를 마치 영화 필름처럼 휘감으며 지나갔을 것이다.

그는 감격하며 이렇게 포문을 열었다. "여러분,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꿈을 가져야 합니다. 아직도 미국이 모든 것이 가능한 나라라는데 의심을 품는 이가 있다면, 아직도 우리 선조들의 꿈이 살아있다는 데 회의를 가지는 사람이 있다면, 또한 우리 민주주의의 힘을 믿지 못하는 이가 있다면, 바로 오늘 밤이 그 답입니다." 경제 쓰나미로 절망에 빠진 미국인들에게 '필'이 꽂히는 감동적인 메시지다.

오바마는 노예 해방 후 약 100년만에 태어났고, 태어난지 47년만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입성했다. 미국 사회가 급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미국은 200여 인종이 모여 사는 복잡한 다민족 국가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미 백인 비율이 50프로 이하로 떨어졌고, 미국의 다른 주들도 머지않아 이같은 상황이 될 전망이다. 미국 내 유색인종의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차츰차츰 커지고 있다. 오바마의 당선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미국의 젊은층은 인종의 벽을 허물고 변화를 적극 추구하려 한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미국인들의 자세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그들만의 특성이다. 다양성의 사회는 역동적이며 잠시도 쉬지 않고 진화한다. 이게 바로 미국 민주주의의 저력이며 동력이다. 앞으로 미국은 그 엄청난 다양성을 포용하며 또 한번의 도약을 시도할 것이다. 지금 경제 위기가 미국 전역을 휩쓴다 해도, 변화를 추구하는 미국 민주주의에는 희망이 있다.

우리는 막연하게 정서적으로 '친미'니 '반미'니 논할 때가 아니다. 미국인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아우르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당선자 오바마는 대선 당시 정치적 라이벌로 자신을 곤욕스럽게 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선택했다. 지난 번 대선에서 자기의 라이벌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를 홀대하는 이명박 대통령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정말로 '친미'를 제대로 하려면 미국의 좋은 점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정치계를 병들게 하는 당파성, 소소한 것을 가지고 싸우는 하찮음, 그리고 미숙함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유혹을 이겨내야 합니다." 오바마의 말이 마치 한국 사회에 던지는 화두 같다. 아직도 우리 나라는 영남당, 호남당, 충청도당 같은 지역 패거리 정치가 요지부동이다. 세계는 진화하는데 남북 관계는 과거 냉전 체제로 회귀하고 있다. 제발, 다양한 모든 세력을 통합하는 비전있는 정치가를 좀 만나고 싶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 미국이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을 때, 에이브러햄 링컨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남북은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분노가 우리의 우정을 시험할지라도 우리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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