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의 사구가 헐리고 있다
서천의 사구가 헐리고 있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9.01.23 17:36
  • 호수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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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사구란 해류나 육지에서 유입되는 하천이 운반해온 모래가 파도에 의해 밀려 올려지고, 그곳에서 바람의 작용을 받아 모래가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 형성되는 지형을 말한다. 북서 계절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의 서해안은 곳곳에 해안사구가 발달하였다.

금강하구를 낀 서천에는 서해안 어느 지역보다 해안사구가 발달한 고장이다. 국립생태원과 해양생물자원관이 들어설 서천이고 보면 이러한 해안사구는 서천군의 자산이 아닐 수 없다. 해안사구가 가지고 있는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해안사구는 모래의 창고이며 천연의 방파제이다. 사구는 바닷물과 접하는 긴 띠를 이룬 모래사장으로부터 공급되는 모래를 저장하고 있다가 태풍, 해일 등 자연재해에 의해 모래사장의 모래가 유실되면  저장하고 있던 모래를 다시 공급한다.

또한 해안사구는 지하수의 저장고이기도 하다. 모래로 이루어진 사구는 모래 입자 사이에 무수한 작은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을 빗물이 메워 물을 저장하고 바닷물의 침입을 막는다. 밀도가 높은 바닷물은 민물보다 무거워 함께 섞이지 못하기 때문에 사구에 저장된 물은 순수한 민물이다. 이처럼 사구에는 많은 지하수가 포함되어 있어 사구의 배후에 습지가 형성되게 마련이며 예로부터 이런 습지를 농지 등으로 사용해 왔다.

사구는 물의 정화능력도 탁월하다. 모래가 정수기의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하여 물에 포함된 이물질을 걸러내는 것이다. 이점을 이용해 강물을 끌어 들여 사구를 통과하는 방법으로 물을 정화하기도 한다.

사구는 희귀동식물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강한 일조량, 강한 바람, 염분, 물부족 등 사구의 환경은 생물체가 살아가기에 매우 열악하다. 일반 육상식물들은 감히 살아갈 수 가 없는 서식환경인 것이다. 그래서, 여기 살고 있는 식물들인 갯잔디, 갯방풍, 갯메꽃, 모래지치, 통보리사초 등은 여느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식물들이다.

이처럼 소중한 해안사구가 불법으로 헐려 외지로 새어나가고 있다. 지난 12일자에 뉴스서천은 장항읍 옥남리의 모래가 농지개량을 한다며 불법으로 파헤쳐져 군산으로 반출되고 있음을 보도했다. 이번에도 서면 신합리의 해안사구가 똑같은 방법으로 역시 군산으로 빼돌려지고 있음을 본지 취재팀이 확인했다.

새만금간척사업 내부개발을 앞두고 있는 전라북도는 앞으로 막대한 양의 모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새만금간척지 주변에서는 곳곳에서 토석채취 허가 신청으로 마을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더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혹여 서천의 모래가 결국 새만금간척사업에 사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일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4대강 정비사업 외에도 각종 개발사업이 난무하는 토목건설공화국에서 개발세력은 호시탐탐 서천의 모래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시나브로 헐려나간 서천의 해안사구 그 얼마인가.

나소열 군수는 서천의 해안사구가 불법으로 외지로 빠져나가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적극 방지할 것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군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서천의 산천을 멍들게 하는 이런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주민들의 의지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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