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으로부터의 혁명
어리석음으로부터의 혁명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9.03.09 15:37
  • 호수 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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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규 칼럼위원
며칠전 날씨가 좋아 그간 방에 두었던 선인장이며 이름도 생소한 파초류를 밖으로 냈다. 겨우내 뽀얀 방안  먼지를 뒤집어 쓴 푸르름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맑고 투명한 초봄의 햇살을 혼자 맞이하기는 너무 아쉬워서였다.

수년 전에도 이렇게 좀 일찍 내어 놨다가 얼려 죽인 경험이 있어서 저녁이면 들여 놓아야 한다고 자신에게 다짐을 받으며 호스 끝으로부터 부서져 내리는 물로 겨우내 먼지를 떨구어 냈다.

시원했고 화분마다 반짝이는 초록 웃음으로 햇빛을 맞으며 얼굴을 흔들었다. 반짝이는 너희들 저녁까지 따스한 햇살과 마음껏 즐겨라 밤엔 다시 들여놔주마. 하지만 내 기억력은 거기까지였다.

소득도 없이 바쁜 저녁 시간,  한잔을 걸치고 늦게 들어와 잠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하얀 서리를 뒤집어 쓰고 죽어있는 관엽식물이며 선인장들!

망연자실!

자신을 탓하며 하얀 서리들을 털어내어 본다. 마지막 남은 가느다란 한 가닥 막숨을 헐떡이며 내게 말하는 것 같다.

“예전 같지 않은 기억력이면 늙어가는 것 인정하고 진득 하니 있다가 완연한 봄에 내어놔 줘요. 더 이상 나같이 추운 데서 얼어 죽는 화초가 없었으면 좋겠네요,, 

“변명할 것 없어요, 미련한 사람들 내가 미련하다고 말하는 것 한번도 못 봤으니까요,,

참으로 어리석은 자산을 자책하며 부질없이 바쁜 자신의 일들을 돌아본다.

몇 년 전에도 일찍 싹이 돋아난 분재며 난 등을 몽땅 죽인 일이 있었다. 그때도 역시 다시는 이런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고, 또 어쩌다 날이 좋다고 쉽사리 화초를 밖에 내어 놓지 않아야 한다고 되뇌었다.

현명한 사람은 한번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했잖은가? 그럼 결론적으로 난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날의 과오를 쉽게 너무 쉽게도 잊어버린다.

이 사건 이후 지금까지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무능하지만 나름대로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 하고 되도록 쉬지 말고 씨를 뿌려 두려 했다.

자작 자수(自作自受)라 하지 않았던가. 나이가 먹어도 배움은 끝없이 이어져야 하고 되도록 많은 씨를 뿌려서 풍성한 삶을 추구하자는 것이 나의 지론이었다. 그런데 요즈음 자꾸만 자괴감과 함께 회의감을 주체할 수 없다. 나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고 배움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엔 젊었을 때 보다 수백 배의 어려움이 가중되며 이젠 일도 능력에 맞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것 같다.

이런 어려운 삶을 평소 많은 가르침을 주시는 어른께 말씀 드렸더니 다음과 같은 답을 주셨다.

“문제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문제 없는 인생도 없습니다. 지금의 문제는 어제가 원인이였기에 지금의 생활을 욕심 없이 진솔하게 삶을 산다면 내일은 보다 나은 행복이 있을 것입니다. 작년과, 어제와, 똑같이 살면 내일에도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오늘 당장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해야만 합니다.”

아! 어리석음을 깨우처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헌데 이처럼 어리석은 중생이 잘 될까?

<서천문화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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