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 공개 후폭풍
수능성적 공개 후폭풍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9.04.20 12:26
  • 호수 4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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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중항쟁이 일어났던 1980년 당시 대학입시제도는 본고사였다. 예비고사를 통과한 학생들은 대학별로 본고사를 치러야 했다. 그해 2학기부터 과외가 금지되고 본고사가 폐지됐다. 과외공부를 시키던 수많은 사설학원들도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돈없고 힘없는 서민 가정이 고민하는 교육문제를 진정 함께 고민한 것일까. 돈이 있든 없든 과외는 일체 금지되었고 각 대학은 내신성적과 학력고사만을 통해 대학생을 뽑았다. 이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커다란 진보’였다. 사교육비를 들여 과외를 받지 않아도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하면 누구나 명문대에 갈 수 있게 됐다.

그 결과는 얼마 안 있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소 도시의 이른바 ‘깡패학교’에서 서울대에 20~30명씩 들어가기도 하였다. 서울 명문대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개천의 용들’이 득시글거렸다. 많은 사람들이 전두환 정권을 욕하면서도 대입문제에 관한 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이같은 대학입시제도는 차츰 바뀌어 현재는 돈있는 집안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 정점에 이른바 ‘특목고’가 있다.

1994학년도 입시에 도입된 이래 16년 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지역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공개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5일 최근 5년 동안(2005~2009학년도)의 수능 성적을 16개 시도별, 232개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분석 대상은 특수목적고, 자립형사립고 포함한 일반계고등학교 재학생에 한정했다. 언어, 수리(‘가', ‘나'), 외국어 영역만 분석하고 선택과목이 많은 탐구영역은 제외했다. 실제 수능 성적은 9등급으로 나뉘고 표준점수가 주어지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1~4등급(40%)을 1그룹, 5~6등급(37%)을 2그룹, 7~9등급(23%)을 3그룹으로 나눠 3단계로만 분류했다. 평가원은 각 그룹의 분포 비율을 16개 시·도별로 공개한 것이다.

충남은 전북과 함께 전국에서 최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수언론이 토해내는 비탄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수능성적 공개가 몰고올 후폭풍이다. 이번 수능시험 공개가 다분히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고,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실시 등이 학생들의 수능 성적을 높이고 학력을 신장시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이에 평준화를 비판하는 집단에서는 이번 수능 성적 결과를 자율과 경쟁 교육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내세울 것이다. 그러나 엄격히 따져보면 수능 성적의 차이는 고등학교 교육에 의한 게 아니라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누적되면서 벌어지는 것이며 학교 교육보다 외부 사교육이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수능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1등급이 늘어나면 어느 다른 지역에서 줄어드는 현상은 당연하다. 결국 수능 성적 공개는 단답형 답맞추기식 교육 풍토를 가속화하고, 교육을 다양화가 아니라 획일화로 몰아가겠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이러한 교육풍토가 현재보다 더 강도높게 지배한다면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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