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난 고3들의 미래 설계
수능 끝난 고3들의 미래 설계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0.11.29 13:02
  • 호수 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가장 홀가분하고 부담없이 놀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수능 시험을 치르고 난 고3생들이다. 그들에게 천국과도 같은 시간이 3개월 남짓 펼쳐지고 있다. 수능 보기 전에는 공부를 열심히 했건 안했건 간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이젠 수능을 잘 본 학생이건 못 본 학생이건 이젠 맘놓고 놀 수 있다.
대다수의 학교가 단축수업을 실시하며 그마저도 수업을 안 한다. 이 시기에는 무단 결석생이나 무단 조퇴생이 대거 발생하기도 한다고 한다. 수능이 끝나도 고등학교 교육은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끝이 아니지만 수능 끝난 고3생들을 이끌고 갈 묘책은 없는 듯하다.


실기시험 점수가 당락에 영향을 주는 예체능계 학생들은 대략 예외인 듯 하지만 이들이 누리는 해방감 속에 한국 교육의 현실이 담겨있다. 이들은 어찌보면 수능에만 몰입하고 그외에는 신경을 꺼버리는 개탄스러운 한국 교육 현실의 주인공이자 피해자들이다.  물론 학비를 벌기 위해 곧바로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거나, 맘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거나, 수능 공부 때문에 미뤄뒀던 다른 공부에 전념하는 등의 건설적인 일에 시간을 쏟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운전면허 필기시험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대학이 인생에 전부가 아니듯이 수능이 끝났다고 인생이 끝난 게 아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따라서 수능 시험 이후에 방치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주도적으로 즐기며 참여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이러한 고3생들을 위해 어느 지자체의 청소년지원센터는 지난 22일부터 오는 12월 10일까지 수능이 끝난 고3학년을 대상으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고3청소년 특강’을 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러한 특강도 좋지만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인 만큼 무엇보다도 학생들 자신들이 직접 주도적으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에 다음 두 가지를 수능이 끝난 고3생들에게 권하고 싶다.
고교 시절은 인생의 목표를 설계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하며 이에 대비해 지식을 함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읽는 책 한권은 그야말로 일생의 양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입시 준비만 해온 오늘의 고3생들은 이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책을 통해 많은 간접 체험을 하고, 책을 통해 많은 앞서 간 이들이 남긴 발자취를 더듬어 자신의 앞날을 비춰 볼 등불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좁은 교실에서 벗어나 많은 여행을 해보기를 권한다. 명승 고적을 유람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이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삶의 현장들을 눈여겨 보자는 것이다. 후손에 우리가 대대로 누리고 이어주어야 할 이 산하와 대지가 현실 경제와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눈여겨 살펴볼 일이다.


“소년은 빨리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촌음의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송나라 때 주희가 남긴 말을 되새긴다면 지금 고3생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결코 잉여시간이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