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날기를 싫어한다
새들은 날기를 싫어한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0.12.13 00:24
  • 호수 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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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생태전시관 생태해설사 전홍태씨

▲ 생태해설사 전홍태씨.
가창오리, 큰기러기, 쇠기러기, 청둥오리, 큰고니, 혹부리오리 등 10여 종류가 넘는 겨울 철새들이 지금 서천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군에서는 이들 철새들을 전면에 내세워 ‘바이칼호에서 금강호까지 2010 서천철새여행’이라는 제목의 행사를 지난 10일부터 1개월 동안 펼치고 있다.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에서 일하고 있는 생태해설가 전홍태(41)씨를 만났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도 서천 어디에 어느 새가 와 있는지 훤히 내다보는 ‘신통력’을 지닌 ‘도사’에 가깝다.

새들이 서천을 찾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아주 쉽게 답변을 했다. “안전하게 쉴 수 있고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근래 들어 새들이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장소와 먹잇감이 점점 줄어든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농민들의 고충이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논에 볏짚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사료용으로 모두 수거해가버려 철새들 먹이가 차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강호에서 쉬는 가창오리들이 멀리 부여 홍산이나 김제평야까지 먹이를 찾아 갑니다.”

그는 논에 하얗게 말아 둔 원형 짚단은 새들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라며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새들을 앞장세워 축제를 벌이는 마당에 철새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라는 것이다.
탐조를 할 때 어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대부분 철새들의 마릿수에 관심이 높습니다. 그래서 가창오리의 군무만 보려 하지요.”


▲ 장항 송림리 갯벌의 철새들을 관찰하는 전홍태씨.

그는 개체수보다는 종의 다양성에 관심을 갖게 되면 경이로운 자연의 세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새들을 가까이 가서 보려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람을 가장 싫어합니다. 안전에 위협을 느끼면 쉽게 날아 도망하는 것 같지만 비행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날기를 극도로 싫어하지요.”

자동차를 보고서는 도망하지 않다가 그 안에서 사람이 나오면 도망하는 경우를 흔히 겪는다. 허수아비를 만들 때 사람의 형상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됐다. 전홍태씨에 따르면 새의 종에 따라 다르지만 250미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0서천철새여행’ 행사 기간 동안 그는 8명의 생태해설사들과 함께 외부 손님을 맞을 예정이다. 그는 1년 이상은 준비를 해서 철새들을 맞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철새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새들 먹잇감은 마련해주지 못한 채 오기만을 바란다는 것이다. 곳곳에 나락 등 먹이를 뿌려주는 것은 극히 효과가 적다고 말했다.

작은 양이라도 넓은 범위에 먹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들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다고 말하는 전씨는 10년 전 서천환경운동연합에 가입하여 환경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서천의 자연생태계에 깊숙히 빠지게 됐으며 금강습지단에서 일하면서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서천 토박이로 아직 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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