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한 철새여행, 대안을 찾는다
도요새 머물다 가는 봄·가을에 열자
취소한 철새여행, 대안을 찾는다
도요새 머물다 가는 봄·가을에 열자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0.12.19 21:54
  • 호수 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진정한 탐조활동
연중 가동되는 프로그램 개발 필요

 

▲ 마서면 대안마을의 텃논에까지 날아와 주민들과 함께 겨울을 나고 있는 큰기러기. 마을 이름도 큰기러기이다. 철새체험마을로 지정할 수 있다.

 

최근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여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철새 도래지를 찾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단순히 새를 관찰하고 확인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자연 생태를 체험하려는 적극적인 레저여행이라 볼 수 있습니다. 군에서는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5년만에 철새 탐조여행 행사를 기획하고 이를 실현에 옮기던 중 조류독감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전격 취소하였습니다. 서천군이 다양한 생태환경을 활용하면서 지향해야 할 철새탐조 여행의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봅니다.

탐조(探鳥)란 자연상태에 있는 새들의 모습이나 울음소리를 새들이 놀라게 하지 않게 하면서 관찰 또는 관상하면서 즐기는 행위를 말한다.
이를 즐기는 사람을 ‘탐조인’이라 하며 영어로는 ‘버드워처(Bird Watcher)’ 또는 ‘버더(Birder)’라고도 한다. 이 말은 전문적인 학자보다는 비전문적인 아마추어를 지칭한다.
탐조는 유럽에서 시작되었으며 탐조라는 말도 영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써 온 말이다. 철새가 찾아오는 것을 지켜보고(watching), 사냥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짐작된다.
유럽에서 새의 야외관찰은 망원경이 보급된 18세기부터 본격화하였고 탐조(버드워칭)라는 용어는 20세기에 들어와서 일반화하였다고 한다.

 

급증하는 탐조 인구

탐조는 현재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고급 야외 취미로서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
미국에서의 탐조인들은 지역적으로 단순히 새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으로부터 1년 안에 더 많은 새의 관찰 목록을 작성하기 위하여 먼 지역까지 여행하기도 한다.
또 전문학자들과 함께 종종 전문적인 연구도 하고 전문연구기관에서 주최하는 조류사육조사에 참가하기도 한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탐조회가 생긴 것은 1934년이며 1970년대부터 이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급증하여 그 잠재인구가 100만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탐조회가 성행하지는 않지만 한국자연보존협회의 주최로 매년 어린이 탐조회가 열리고 있으며 최근 자연과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레포츠로 인식되면서 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자연보호 철학 있어야

금강 하구와 서천 갯벌을 끼고 있는 서천군에는 많은 새들이 찾아와 여름과 겨울을 보내거나 도요새처럼 봄가을에 찾아와 한두달 머물다 가기도 한다.
군이 기획한 이번 ‘2010 철새탐조여행’은 이러한 자연 조건을 살려 탐조인들로 하여금 서천을 찾도록 하는 여행상품으로 개발하여 주민 소득으로 연결시키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을 서둘러 달성하려는 의욕이 지나치다 보면 되레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진정한 탐조활동이란 새들은 물론 그 생활환경을 이루는 자연을 더럽히거나 손상하지 않겠다는 생각과 새들을 통하여 자연 전체를 보고 그 자연을 보호하겠다는 철학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그 효과가 주민소득 증대라는 효과가 더디더라도 이러한 철학을 바탕에 두고 진정한 탐조인들을 흡인해야 할 것이다. 이에는 장기적인 기획과 탐조인들을 위한 고품격의 서비스가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상품을 내놓는 서천 사람들부터 서천의 새들과 자연환경을 잘 이해하고 이를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 금강하구 갯벌에서 먹이활동에 여념이 없는 흑꼬리도요 무리.

 

전담 공무원 필요

이번 철새탐조 행사가 12월에 치를 계획이었던 것은 가창오리를 비롯한 겨울철새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서천에는 겨울 철새만 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서해 갯벌은 도요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 중심에 서천갯벌이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여름 철새들이 찾고 있어 서천은 4계절 어느 때라도 탐조활동을 하기에 무리가 없으며 연중내내 가동되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철새도래지로서의 서천을 널리 알리는 특별 행사도 굳이 겨울에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도요새 이동시기에 맞추어 9월이나 5월에 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과 사람이 한 데 어우러지는 탐조활동에 있어서 이러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주민들의 역량 제고이다.
군 공무원 가운데 이러한 식견을 갖고 이끌어갈 전담 공무원을 두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