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공동육아를 실천하는 엄마들
자발적 공동육아를 실천하는 엄마들
  • 최정임 기자
  • 승인 2011.05.30 14:09
  • 호수 5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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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리 천산아파트 ‘주차장 어린이집'
내자식 남의자식 할 것 없이 돌봐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마서면 덕암리 천산아파트에는 오후 3시가 되면 30대 초중반의 엄마들이 하나 둘씩 나와 주차장 한 켠에 자리를 잡는다.

 

추운 날엔 햇볕을 찾아, 더운 날엔 그늘을 찾아 자리를 이동하는 이들을 보면 재미있기도 하다.
이 엄마들이 오후가 되면 주차장으로 나오는 이유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자주 마주치던 젊은 엄마들이 다른 곳처럼 목례나 인사만 잠시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것과는 달리 아이들과 함께 자연스레 모이기 시작한 지 수년째다. 이 아파트가 처음 지어지고 입주자들이 거의 채워지면서부터라고 보면 될 듯 싶다.

요즘엔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공동육아의 문화가 보통 주택가도 아닌 아파트에서 가능했던 건 이 아파트가 다른 아파트 단지와 달리 단 2개동만 있으면서도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된다.

자주 보는 얼굴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니 또래 아이들과 또래 엄마들이 서로 어울리기에 딱 좋다.
다른 아파트 단지들도 보통 시골 마을 동네에 비해 젊은 부부들과 아이들이 많이 살기는 하겠지만 서로 왕래하며 매일 한 곳에 모여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곳은 드물기 때문에 이곳의 공동체 문화가 더욱 눈에 띈다.

지난 24일 찾은 이곳의 주차장에는 평소와는 달리 서너명의 엄마들만 보였다.

인터뷰 요청을 미리 해놓은 탓에 쑥스러운 엄마들이 자리를 피해버렸던 것. 
‘주차장 어린이집’의 선생님 중 한 명인 건희·현희 엄마 김미라씨는 두 개구쟁이 아들들을 챙기느라 바쁜 와중에도 주차장 한가운데 혼자 등 돌리고 앉아 시무룩한 민서를 달래주러 갔다.

속눈썹이 긴 민설이의 엄마 이혜진씨는 가져온 간식을 몰려온 아이들에게 고루 나눠주며 몸보다 훨씬 큰 자전거와 씨름하고 있는 한 여자아이에게 “윤서야, 다쳐. 이모가 너 다칠까봐 그래”하며 아이들의 위험한 장난을 놓치지 않고 주의를 주는 모습이다.

외출이나 직장에서 하나둘씩 돌아오는 엄마들이 주차장에서 아이들이나 이모들과 놀고 있는 자기 아들·딸들의 모습이 익숙한 듯 인사를 건네며 자리를 함께 하는 모습에서 그들도 ‘주차장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노릇을 했었고 또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이사와 낯설어 하던 정환이·정범이 엄마도 이제는 이곳 엄마들과 합세해 어느새 한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었다.
사실 이곳이 젊은 부부들이 다른 곳보다 많이 살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이사를 가고 오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오후 시간 공동육아의 문화는 남겨진 사람들 덕분에 다음 사람들에게 이어지고 있어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는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다.
특히나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들에게는 ‘주차장 어린이집’의 엄마 선생님들이 더더욱 소중하고 고마운 이웃들이다.

그래서인지 곧 서천읍의 한 아파트로의 이사를 앞두고 있는 윤서·윤아 두 딸을 둔 오수진씨는 “대전에서 시집와 처음 정을 붙이고 매일 어울리던 이웃들이 지금은 멀리 있는 가족보다 가깝게 느껴져 이사 갈 생각을 하니 처음엔 눈물이 계속 나더라”며 “자주 놀러 와야겠다고 생각하니 좀 나아졌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덕암리의 작은 아파트 단지인 천산아파트의 젊은 엄마들이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곳의 신혼부부들도 집을 넓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기도 하고 혹은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오고 또 이곳을 떠나겠지만 아이들이 엄마의 손길을 가장 필요로 하는 때 함께 아이들을 돌보며 정을 나눈 이 곳 엄마들에 대한 소중함은 서로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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