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풀 이야기 / 청미래 덩굴
■ 우리풀 이야기 / 청미래 덩굴
  • 허철희(사진작가)
  • 승인 2012.10.29 13:15
  • 호수 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야의 또 하나의 보물

 

백합과의 낙엽식물인 청미래덩굴은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의 각지에서 흔하게 자라는 가시덩굴나무로 1억 년 전으로 추정되는 화석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백합과의 가문은 원추리, 얼레지, 윤판나물 등 거개가 초본식물들로 예쁘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데 청미래덩굴은 목본식물인 점이 특이하다.


청미래덩굴의 뿌리줄기는 꾸불꾸불 옆으로 길게 뻗는데 굵고 딱딱하다. 2m 정도까지 자라는 줄기는 마디마디에서 굽으며 가시가 있다. 혁질의 잎은 어긋나며 원형에 가까운 넓은 타원형으로 두껍고 윤이 난다. 잎자루는 짧고 턱잎이 칼집 모양이며, 끝에는 덩굴손이 나 있어 주변의 나무들을 꽤나 귀찮게 감아 오르며 자기 몸을 지탱한다. 


5월에 피는 황록색의 꽃은 산형꽃차례를 이루며, 지름 1cm 정도의 둥근 열매는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9~10월에 붉게 익는다.
청미래덩굴은 식용으로, 약용으로 쓰임이 많은 나무다. 그래서인지 청미래덩굴은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황해도와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 경기도에서는 ‘청미래덩굴’, 강원도에서는 ‘청열매덤불’, 호남지방에서는 ‘명감나무’ 또는 ‘맹감나무’라 부르며, 줄기에 가시가 있어 ‘종가시나무’, ‘매발톱가시’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다. 빨간 청미래덩굴 열매는 꽃꽂이 소재로 애용되는데 꽃가게에서는 ‘망개나무’로 통한다.


그런데 망개나무와 청미래덩굴은 전혀 다른 종이다. 망개나무는 갈매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을 정도로 귀한 나무이다. 이처럼 혼동을 일으키기에 경기도지방의 명칭인 청미래덩굴로 식물명을 정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청미래덩굴 이름에 대한 혼동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바로 그 유명한 ’망개떡‘ 때문이다. 망개떡은 참쌀가루를 쪄서 치대어 청미래덩굴 잎으로 싸서 찐 떡이다. 경남 의령군에서는 망개떡을 그 지역의 오랜 역사를 지닌 향토음식이라고 주장하며 망개떡의 주재료인 청미래덩굴 잎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청미래덩굴을 조직, 배양하는데 성공, 이를 특허출원했다고 한다.


청미래덩굴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으며, 잎은 차를 달여 마시고, 열매는 술을 담가 먹는 등 식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미래덩굴 뿌리에는 녹말질이 들어 있어서 뿌리를 잘게 썰어서 여러 날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다음 곡식과 섞어 밥을 지어 먹는 등 구황식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옛날에 ‘우나라’가 망하자 산으로 피신한 선비들이 청미래덩굴 뿌리를 캐서 먹었는데 그것이 요깃거리로 넉넉했다 하여 우여량(禹餘糧)이라고 했다 하며, 산에 있는 기이한 양식이라 해서 ‘산기량(山奇糧)’, 신선이 남겨 놓은 양식이라 해서 선유랑(仙遺糧)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청미래덩굴 잎을 차(茶) 대용으로 마시면 백가지 독(毒)이 제거된다는데, 그렇다면 여러모로 신선이 준 양식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한방에서는 청미래덩굴 뿌리를 ‘토복령(土茯笭)’이라 하여 매독, 임질, 태독, 악창 등에 쓰였으며, 다려서 마시면 발한(發汗), 이뇨(利尿), 지사(止瀉)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암 치료에 청미래덩굴 뿌리를 흔히 쓴다고 한다.


최근에는 청미래덩굴 뿌리에서 추출한 물질을 실험용 쥐에 투여한 결과 대표적 중금속 물질인 납·카드뮴·비소·수은 등이 배출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남산림자원연구소에 의해 확인되었다. 전남산림자원연구소는 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청미래덩굴을 이용한 중금속 배출 음료 및 이의 제조방법’을 개발해 특허출원한 상태라고 한다.
산야에 너무 흔해 눈여겨보지 않았던 이 가시나무가 우리에게 이처럼 소중한 자원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