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동의 세시 풍속
■ 입동의 세시 풍속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2.11.05 13:22
  • 호수 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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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 씨앗을 보관해두는 성주단지

 

  겨울채비 분주한 입동, 한해 농사 마무리

오는 7일은 24절기 가운데 겨울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동(入冬)이다. 이 무렵 우리 농가에서는 추수를 거의 마치고 겨울나기 준비에 바빴다. 가장 중요한 일이 채소를 거두어 염장하는 일, 즉 김장을 하는 일이었다. 농가월령가를 보자.


“10월은 맹동(孟冬)이라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공(農功) 필(畢)하였든가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마저 하세
무우 배추 캐어들여 침장(沈藏)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정(淨)히 씻어 염담(鹽淡)을 맞게 하소

 

볕이 잘 드는 곳에는 볏짚으로 움막을 짓고 안에 무나 밤 등을 간수했다. 또한 긴 겨울 동안의 땔감을 준비했고 겨울옷을 장만하는 등 겨울채비를 했다.
중국에서는 입동 후 5일씩을 묶어 3후(三候)로 삼았다. 초후(初候), 중후(中候), 말후(末候)가 그것으로 초후에는 비로소 물이 얼기 시작하고, 중후에는 처음으로 땅이 얼어붙으며, 말후가 되면 꿩은 드물어지고 조개가 잡힌다고 하였다.


입동 즈음에는 동면하는 동물들이 땅 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산야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간다. 낙엽이 지는 데에는 나무들이 겨울을 지내는 동안 영양분의 소모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자연의 이치가 숨었다.
입동 무렵이면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한다.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요즈음은 김장철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


입동을 즈음하여 예전에는 농가에서 고사를 많이 지냈다. 대개 음력으로 10월 10일에서 30일 사이에 날을 받아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하고, 제물을 약간 장만하여 곡물을 저장하는 곳간과 마루 그리고 소를 기르는 외양간에 고사를 지냈다. 이를 상달 고사라 하며 추수감사제에 해당한다.


입동에는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미풍양속도 있었다. 여러 지역의 향약(鄕約)에 전하는 바에 따르면, 계절별로 마을에서 자발적인 양로 잔치를 벌였는데,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했다. 본래 치계미란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하였는데, 마치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려는 데서 기인한 풍속인 듯하다. 마을에서 아무리 살림이 없는 사람이라도 일년에 한 차례 이상은 치계미를 위해 출연을 했다고 한다.


이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다. 입동 무렵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데 이때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다.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는 것을 ‘도랑탕 잔치’라고 했다.


입동을 즈음하여 점치는 풍속이 여러 지역에 전해오는 데, 이를 ‘입동보기’라고 한다. 충청도 지역에서는 속담으로 “입동 전 가위보리”라는 말이 전해온다. 입춘 때 보리를 뽑아 뿌리가 세 개이면 보리 풍년이 든다고 점치는데, 입동 때는 뿌리 대신 잎을 보고 점친다. 입동 전에 보리의 잎이 가위처럼 두 개가 나야 그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속신이 믿어지고 있다.
이러한 농사점과 더불어 입동에는 날씨점을 치기도 한다.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이 크게 추울 것이라고 믿는다.(참조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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