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철새들 서천을 떠난다
갈피 못잡는 철새들 서천을 떠난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3.01.14 11:54
  • 호수 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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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겹쳐 얼어붙은 금강호엔 정적감
수온 높은 도심하천 찾는 기현상도

4대강사업에 따른 하천주변 정비와 사람들의 간섭

여기에 한파가 겹쳐 습지들이 꽁꽁 얼어붙어
먹이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 철새 떠나는 주원인

▲ 꽁꽁 얼어붙은 봉선지 모습<사진/고종만 기자>

겨울철새들로 분주하던 서천의 습지에 정적감이 감돌고 있다. 군내의 흥림저수지와 봉선지 등의 주요 저수지는 물론 금강호마저 꽁꽁 얼어붙어 더 남쪽으로 내려갔거나 서천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종들도 있다.


서천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들은 기러기목 오리과의 30여종으로 가창오리, 큰기러기, 청둥오리 등 수면성 오리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겨울철새인 가창오리는 올 겨울 모습을 볼 수 없다. 화려한 군무로 서천을 상징하던 가창오리는 지난 11월 2000여마리가 잠시 모습을 나타냈을 뿐 이후 한번도 보이지 않고 있다.


▲ 2012년 2월 장항 솔리천에서 목격된 큰고니

천연기념물 201-2호로 지정된 큰고니는 금강에 300여 개체 이상이 찾아와 웅포대교나 화양면 옥포리 앞 금강호 하중도 부근에서 겨울을 났으나 해마다 개체수가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30여 마리가 장항읍 솔리천 부근에서 겨울을 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마저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가 지난 12월 말께 장항 옥남리 논에서 10여마리가 먹이를 찾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천연기념물 325호로 지정된 개리는 해마다 80여마리가 찾아와 장항읍 금강하구에서 겨울을 났으나 올해는 지난해 11월 장항읍 송림리 갯벌에 모습을 나타냈다가 어디론가 떠났다.
해마다 1만여 개체 이상이 찾아와 겨울을 났던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들은 올해 예년의 1/10 정도로 줄어들었다.


최근 서산 천수만에서 겨울을 나던 이들이 서천으로 남하해 개체수가 조금 늘어나 서천의 화양 들판 등지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 오리과 철새들의 주된 먹이는 수초의 뿌리나 논에 떨어진 낙곡 등이다.


 

▲ 지난해 11월 송림갯벌을 찾은 개리

그러나 4대강사업에 따른 하천주변 정비와 사람들의 간섭, 여기에 한파가 겹쳐 습지들이 꽁꽁 얼어붙어 먹이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 철새들이 떠나는 주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륙습지들이 꽁꽁 얼어붙자 개체수가 대폭 줄어든 청둥오리나 흰뺨검둥오리들이 금강하굿둑 아래의 갯벌이나 장구만 등지의 갯벌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편 낙동강에서도 4대강사업으로 강이 꽁꽁 얼어 이곳을 찾은 큰고니 등이 집단아사 직전의 위기에 몰려, 4대강 보 수문의 즉각 개방 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7일 대구환경연합에 따르면, 경북 칠곡보 해평습지 인근의 낙동강은 아무리 추운 날이어도 강 가장자리만 얼 뿐 강 중앙까지 언 적이 없었으나 4대강사업이 완료되고 맞은 첫 겨울, 강 전체가 꽝꽝 얼어버렸고 그 결과 고니들의 먹이활동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현장을 둘러본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은 환경연합 홈피에 “현재 해평습지의 고니들은 하루종일 강 얼음 위에서 미동조차 않은 채 누워만 있다”며 “심지어 누워있는 상태에서 배설을 할 정도로 기력이 쇠약해졌고, 이대로라면 날이 풀려도 먼 거리를 다시 날아갈 수 있는 힘도 비축하지 못할 뿐더러, 이 기간이 길어진다면 집단아사까지 우려되고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반면에 도심 중간을 흐르는 하천에 철새들이 찾아오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발원하여 안양시, 광명시를 거쳐 한강하구로 흘러드는 안양천은 생활하수 및 공장 폐수 등으로 어떠한 생물도 살 수 없는 죽음의 하천이었다.


그러나 2001년부터 수질개선사업, 하천유량확보사업, 생태계 복원사업 등을 진행한 결과 지금은 잉어, 붕어, 참갈겨니, 참게가 돌아오고 여러 생물종이 살아가는 도심 속 하천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여름에는 백로와 왜가리가 날아들고 한겨울에 하수처리를 한 따뜻한 물이 상류로부터 흘러들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안양천에는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흰죽지 등이 겨울을 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에 있는 ‘생태이야기관’에는 조류관찰대까지 설치돼 있다. 안양천에 겨울철새가 날아드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석유를 이용하여 수온이 높아진 물이 흘러들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지나친 간섭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철새들이 갈피를 못잡고 있는 것은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를 말해주고 있다.
이는 철새와 마찬가지로 생태계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에게도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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