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 갈꽃비’ 명맥을 살리자
‘삼산 갈꽃비’ 명맥을 살리자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3.02.02 10:41
  • 호수 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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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먼지까지 제거하는 친환경 제품
농가소득원 넘어 ‘서천의 명품’ 될 수도
▲ 강가나 갯가에 뿌리가 물에 잠긴 채 사는 갈대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유난히 풀을 많이 이용했으며 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왔다. 논농사가 많은 고장에서는 풀로 여러 가지 생활도구를 직접 만들었다. 우리 조상들은 거의 모두 공예가였던 셈이다. 금강하구를 옆에 둔 서천 지역에서는 강가에 흔한 갈대를 이용하여 많은 생활도구들을 만들었다.


갈대는 볏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 습지나 갯가 또는 호수 주변의 모래땅에 흔히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갈대는 줄기의 밑 부분과 뿌리가 물 속에 있고 그 일부가 물 위로 나오는 정수식물(挺水植物)이다. 높이는 2미터 가량 곧게 서고 잎은 어긋나며 8~9월에 꽃이 핀다.
갈대는 대나무와 모양이 비슷해서 생긴 이름이다. 한자어로는 노초(蘆草), 위초(葦草), 노위(蘆葦) 등으로 불리며 꽃은 갈꽃, 갈화라고 한다.


갈대의 여러 가지 활용 가운데 갈꽃비가 단연 돋보인다. 여름에 갈꽃을 채취하여 만든 것이 갈꽃비이다. 주로 온돌방이나 대청 마루 등 실내용으로 쓰이는데 요즘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픽을 이용한 빗자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 깔끔하게 청소를 할 수 있다. 정전기도 일지 않고 다 사용하면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니 친환경적인 물품이다.

▲ 갈꽃비

 

예로부터 길산천을 옆에 둔 서천읍 삼산리 고살메 마을은 갈꽃비를 만들기로 유명했다. 한때는 농가 소득원으로써 큰 역할을 담당했으나 지금은 청소기와 인조 빗자루에 밀려 관상용으로 전락했다. 갈꽃비는 수수비와는 다르게 갈꽃의 부드러움이 미세한 먼지까지 쓸어 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아직까지도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수요는 많지 않지만 찾는 이들이 있기에 고살메마을에서는 10여 명 남짓의 지역주민들이 연간 3000자루의 갈꽃비를 생산해 전북지역과 부산지역 일대에 유통하고 있다. 갈꽃비는 부드러운 갈꽃을 꼼꼼히 엮어야 하기에 나일론 줄을 이용할 경우 30여 명이 옛날 방식을 따를 경우 1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많이 매야 하루에 20~30여 자루를 맬 수 있다.


이렇게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노령화가 되다보니 갈꽃비를 엮을 수 있는 인력도 줄어들어 갈꽃비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한병우(서천읍 삼산리) 이장은 “마을에서 나고 자라며 아직도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갈꽃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꽃을 피우며 빗자루를 만들던 때가 생각난다”며, “매년 줄고 있는 갈꽃비의 명맥 유지를 위해 명장 지정 등 대안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또한, “마을에서도 지역주민들이 단합하여 빗자루를 엮을 때 나일론 끈 대신 왕골과 모시로 엮도록 해야 하는데 여건이 여의치 않아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지역에서도 옛날 방식을 재현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지금은 갈꽃비가 중국산 수입과 청소기, 인조비 등에 밀려 그 양이 줄어 연간 3000개 정도만 생산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갈꽃비 명장 지정 등을 통해 그 명맥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곧 국립생태원이 문을 연다. 친환경제품 갈꽃비를 판매함으로써 농가 소득원 뿐만 아니라 갈대의 고장 서천을 알리는 ‘명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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