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갈대밭에 ‘삽질’ 언제까지…
죽어가는 갈대밭에 ‘삽질’ 언제까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3.02.18 16:15
  • 호수 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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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보존은 뒷전, 시설물만 늘어
또다시 15억 들여 ‘체험센터’ 신축
▲ 갈대는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육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를 전제로 한 각종 시설물들이 갈대밭에 들어서 있다.

◇1차 생산자 갈대

서천의 생태계는 갈대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여러해살이 풀인 갈대는 그 뿌리에 저장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얕은 물에 잠겨있기 때문에 우어나 참게 등을 불러들이고 수면성 오리들의 먹이가 되었으며 사람들은 갈대를 이용해 지붕을 이고 발을 엮어 여러 생활용구를 만들었다.


갈대가 완전히 자란 것을 한자로 ‘위(葦)’라고 하는데 우어는 ‘위어(葦魚)’에서 나온 말이다. 청어목 멸치과에 속하는 우어는 연안성 어종으로 강 하구의 기수역을 오르내리며 서식하는데 산란을 위해 2월부터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산란은 5∼8월에 갈대가 있는 ‘갈바탕’에서 일어난다. 부화한 어린 물고기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바다에 내려가서 겨울을 지내고 다음해에 성어가 되어 다시 산란 장소에 나타난다.

▲ 예산 낭비만 했다는 지탄을 받고 있는 풍차. 이런 풍차 10여개가 늘어서 있다.

화양면 사람들은 금강변에서 우어를 잡아 강경에 내다팔아 많은 소득을 올렸다. 화양에서 우어가 가장 많이 알을 낳고 가장 많이 잡혔다 한다. <세종실록> 지리지의 토산조에 우어의 생산지로 경기도 양천현과 충청도 부여현이 등장하고 있으며 성종대에 간행된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에도 한산군과 서천군의 토산조에 특산물로 우어(葦魚)가 실려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큰고니와 가창오리 등 수면성 오리들의 주된 먹이는 갈대 뿌리이다. 금강 하류의 개발은 갈대밭의 파괴와 함께 이들을 떠나게 하고 있다.
갈대 뿌리는 약재로도 쓰였다. 뿌리의 맛은 달고 성질은 서늘하며 각종 독을 풀어준다고 한다. 옛날에 가난한 농부의 어린 아들이 열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되자 약방에 찾아갔는데, 약방의 주인은 비싼 약만 권할 뿐이어서 낙담을 하고 집에 왔다. 마침 거지가 찾아와 사정이야기를 듣더니 갈대뿌리를 캐어 달여 먹이라고 일러주는 것이었다. 이를 마신 아이는 열이 내리고 정신이 돌아왔다. 이에 농부는 그 거지를 친구로 삼았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중추신경의 흥분을 억제하며 진정작용을 하고, 교감신경의 흥분을 억제하고, 혈당강하 작용이 있으며, 신경성 고혈압에 혈압강하작용, 해열작용을 한다. 청정지역의 갈대 뿌리를 캐서 잘 씻은 후 그늘에 말려 잘게 썰어 사용한다. 갈대의 뿌리는 방사능 중독과 그로 인한 백혈구의 감소증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갈대의 뿌리에서 추출한 ‘피라큐마레이트’라고 하는 성분이 치매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죽어가는 갈대, 늘어나는 시설물

이처럼 갈대는 생태계에서 1차 생산자로서 매우 중요한 식물이다.
금강하굿둑이 생기기 이전 금강 하구에서 부여까지 강 양쪽 기슭은 이러한 갈대의 군락지였다. 조수가 밀려들며 뿌리가 물에 잠기기를 반복하며 금강이 날라다 부려놓은 모래는 이들이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기에 더없는 적지였다.


신성리 갈대밭은 이러한 자연 경관이 남아있는 곳이다.
영화 ‘제이에스에이(JSA)’ 촬영 이후 관광지로 부각됨에 따라 군은 총사업비 31억원(국고 14억2500만원, 지방비 14억2500만원, 민자 2억5000만원)을 들여 2007년 12월에 착공에 들어가 연안유실방지 공사, 연못 및 습지조성, 신성리 나루터 탐방로, 휴게시설, 조형안내판, 조형물, 공원설치, 관광데크시설, 하늘산책로, 부교·목교 설치, 농경문화체험관, 주차장 등을 마련했다.

▲ 갈대농경문화체험관에는 갈대밭을 배경으로한 사진 작품만 전시돼 있다.

빠르게 육상식물이 침투해가는 가운데 갈대밭의 원형을 지키려는 노력은 뒷전으로 밀리고 자연의 모습을 훼손하며 추진된 이러한 공사를 두고 거센 비판이 일기도 했다.
갈대밭에 연못을 조성하고 설치한 무자세는 흉물처럼 방치되어 있고, 원생 자연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돌지않는 풍차’가 미관을 해치고 있다. 7억5000만원을 넘게 들여 지은 농경문화체험관에는 갈대밭을 배경으로 한 사진 몇 점이 걸려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은 지난 달 22일 ‘금강녹색바이오관광지대 조성사업’의 계획을 발표하고 15억원을 들여 기존 체험관 앞에 지상 2층, 450㎡ 규모의 ‘갈대농경문화체험 센터’를 신축하겠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농산물직거래 센터, 지역공예품 센터(체험 및 판매시설), 방문자 센터(편의시설, 영상물 상영), 매표소, 기타 시설 등이 들어선다 한다.


신성리 갈대밭에는 자연의 경관을 보며 휴식을 취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 기존의 체험관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면서 기존과 같은 2층 건물을 지어봤자 어차피 갈대밭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지적이다. 갈대밭은 죽어가고 있는데 건물만 들어서며 예산 낭비만 되풀이 할 뿐이다.


우선 갈대밭의 본래 모습을 유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이어 체험관의 운영이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도 주민들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편입했을 때 신성리갈대밭은 진정한 서천의 명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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