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통 소금 자염, 어떻게 만드나
■특집/전통 소금 자염, 어떻게 만드나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3.08.26 11:13
  • 호수 6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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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이 준 최고의 선물 ‘자염’
햇볕에 말린 소금 아닌 끓인 소금
덜짜고 구수한 맛…영양도 으뜸

자염(煮鹽)은 바닷물을 가마솥에 끓여 만든 소금으로 천일염이 보급되기 이전에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 먹던 전통소금이었다. 자염은 햇볕에 말린 소금이 아니라 끓인 소금으로 갯벌이 발달한 서천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 논리를 떠나서 문화적으로 자염을 재현하려 해도 크고 작은 간척사업으로 인해 자염을 재현할 수 있는 갯벌이 거의 사라졌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 낭금갯벌은 조금 무렵 6~7일 간은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아 자염을 만들기에 최적인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3일 태안문화원의 주관으로 2008년 이후 5년 만에 역사 속에 사라졌던 짠맛인 자염이 생산되는 전 과정을 재현하는 행사를 벌였다. 뉴스서천이 이곳을 찾아 자염 만드는 과정을 취재했다.
자염 재현 행사가 열리는 낭금갯벌은 1964년 간척사업이 실시되어 방조제의 물막이 공사까지 진행이 되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제방이 파손되어 다시 살아남게 되었다. 자염을 만드는 과정을 알아본다.

▲ 염도가 높은 함수가 괴는 통자락
◇통자락 만들기
바닷물을 가마솥에 넣고 끓이자면 소나무 장작 등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염도가 높은 바닷물을 끓이는 것이 경제적이다.
염도가 높은 바닷물을 취하기 위해 일련의 작업이 필요하다. 사리 때에만 물이 들어오는 조간대 상부지역에 바닷물이 고이는 ‘통자락’을 설치하는 일이다. 조금(조수간만의 차이가 적은 기간) 때 약 6~7일간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데 이때 갯벌에서 웅덩이를 파고 중앙에 물이 모이는 통을 설치한 것이 통자락이다.

▲ 소를 이용해 갯벌을 가는 덩이질
◇덩이질
그런 다음 개흙을 통 주변에 펼쳐놓고 햇볕에 말린다. 물이 닿지 않는 기간 동안 갯벌이 잘 마르도록 소를 이용해 써레질을 하는데 이를 ‘덩이질’이라 부른다.
이런 작업은 6~7일간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 갯벌에서만 가능한데 바로 최적의 장소이자 유일한 곳이 바로 태안의 낭금갯벌이다. 이곳 뿐만 아니라 서해안 곳곳에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갖춘 조간대 상부는 이미 일제 때 간척사업으로 거의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유일할 정도로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의 ‘낭금갯벌’은 자염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인 모래가 20% 정도 섞인 갯벌이자 조금 때 6~7일간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통자락 메우기
조금이 지나 사리 때로 접어들어 바닷물이 들어오기 전에 통자락을 메워야 한다. 짚과 개흙을 이용하여 통자락의 입구를 봉쇄하면 사리 때 물이 들어와 염도가 높은 바닷물이 통자락 안에 괴는데 이를 함수라 한다.

▲ 장작불로 소금을 끓이는 모습
◇소금 굽기
다시 조금 때가 되어 바닷물이 닿지 않으면 통자락을 헐어 이 안에 괸 염도가 높은 함수를 질통에 담아 염벗으로 져 나른다. 염벗이란 가마솥에 바닷물을 넣고 장작불을 지펴 증발시키는 시설이다.
함수를 직육면체로 만든 가마솥에 넣고 화력이 강한 소나무 장작을 8시간 정도 계속 끓이면 물은 증발되고 바닷물의 염도가 100%를 넘는 순간 하얀 소금이 석출되기 시작한다. 부글부글 소금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소금은 훨씬 덜 짜고 구수할 뿐 아니라 영양면에서 으뜸이다. 천일염보다 15배나 높은 칼슘덩어리인 반면 염분은 정제염, 천일염, 중국산 천일염에 비해 인체에 알맞게 이상적으로 함유하고 있다. 특히 자염은 다른 소금보다 5배나 많은 유리아미노산이 들어 있어 자체로도 맛이 있지만, 된장과 김치 등을 담갔을 때 젓산균의 개체수를 증식시켜 발효 음식에 궁합이 잘 맞는다. 또한 은근한 불로 끓이는 동안 거품(불순물)을 걷어내기 때문에 쓴맛과 떫은맛이 없고 뒷맛이 깔끔하다. 한마디로 자염은 갯벌이 인류에게 선사한 최고의 선물인 것이다.


▲ 마침내 소금이 완성되어 거두는 모습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소금인 자염은 일제에 의해 선보인 천일염에 밀리게 된다. 갯벌을 써레질 하고, 갯벌 한가운데 웅덩이를 만들고, 걸러진 함수를 퍼나르고, 8시간 이상 불을 지펴 굽는 등 엄청난 노동력을 요구하는 자염은 드넓은 갯벌에 바닷물을 가두어놓고 햇볕과 바람에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에 경제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자염에서 천일염으로 바뀌는 이 시기 천일염의 짜고, 쓴맛에 적응하지 못해 고생들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천일염을 왜염이라고 부르는 노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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