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풀 이야기 /메꽃
■ 우리풀 이야기 /메꽃
  • 허철희/사진작가
  • 승인 2013.09.09 11:21
  • 호수 6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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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과는 다른 토종

메꽃(Calystegia japonica)은 우리나라 전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자라는 메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지하경(地下莖, 땅속줄기)이 사방으로 길게 뻗으며 군데군데에서 순이 나오고 줄기는 다른 물체를 왼쪽으로 감으며 뻗는 덩굴성식물이다. 숲 가장자리나 들판, 묵정밭, 길섶에서 쉽게 마주친다.


꽃은 6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여름 내내 피는데, 아침에 피어 저녁이면 꽃봉오리를 오므리므로 ‘주안화(晝顔花)’라고 부르기도 한다. 메꽃을 ‘고자화(鼓子花)’라고도 하는데, 이는 일부 씨앗으로도 번식하지만 주로 포기나누기로 번식한대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메꽃은 나팔꽃과 비슷하게 생겨 혼돈하기 쉬우나 자세히 관찰해 보면 여러 가지로 다름을 알 수 있다. 먼저 나팔꽃의 잎은 하트 모양이나 메꽃의 잎은 칼처럼 좁고 길다. 그래서 ‘천검초(天劍草)’라고도 부르는 듯하다.


또 나팔꽃은 자주, 남보라, 보라 등의 색을 띠나 메꽃은 분홍빛이면서 흰색을 띠는데, 나팔꽃처럼 강렬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화장기 없는 소녀처럼 수수하니 해맑고 예쁘다. 이처럼 예뻐서 ‘미초(美草)’라고도 부른다.
나팔꽃은 인도 등지 아열대 아시아가 원산지로 오래 전에 관상용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심어지던 게 점차 들로 퍼져나갔다. 최근에는 아메리카 원산의 미국나팔꽃 등도 유입되어 빠르게 확산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메꽃은 원래부터 이 땅에서 자생하는 우리 풀이다. 그럼에도 우리네 정서 속에는 나팔꽃이 더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메꽃의 쓰임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메꽃의 어린 순이나 잎을 데쳐서 나물로 먹는데 맛이 아주 좋다고 하고, 꽃은 기름에 튀겨 먹거나, 식초를 치고 무쳐 먹으면 이 또한 맛이 아주 좋다고 한다. 그리고  뿌리는 배고프던 시절 먹을거리를 대신했다고도 한다. <동의보감>에도 이러한 기록이 보인다. “뿌리에는 털과 마디가 없다. 먹기 좋고 먹으면 배고프지 않다.”


한방에서는 메꽃의 뿌리를 속근근(續筋根)이라 하는데, 근육과 인대, 뼈를 늘리는 효능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자화라는 이름이 메꽃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메꽃은 남성의 정력감퇴, 여성의 불감증에 효능이 있다 한다. <동의보감>에는 “메꽃은 기를 보하고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며 얼굴빛을 좋게 한다. 한편 메꽃 뿌리는 배가 찼다 더웠다 하는 증상, 오줌이 잘 안 나오는 증상에 쓴다”고 기록되어 있다.

외래종인 나팔꽃은 화초가 되고, 이처럼 예쁘고 쓰임 많고, 또 본래부터 이 땅의 터줏대감인 메꽃은 이들에 밀려 잡초 취급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메꽃과 나팔꽃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 자태를 뽐내며 공생하는 들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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