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눈의 천사(10)
파란눈의 천사(10)
  • 뉴스서천
  • 승인 2003.05.16 00:00
  • 호수 1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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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퇴근해 돌아오신 아빠와 함께 우리는 신부님이 나온 프로그램을 다시 한번 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나와 같은 병을 앓고 계신 분이어서 그런지 엄마 ·아빠 모두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셨습니다.
“어머, 어쩜. 아.”
벌써 세 번째나 보면서도 엄마는 처음보는 사람 같습니다.
“여보 녹화해 두길 잘했지? 저 신부님 보면 우리 선우도 힘이 날 것 같아. 아니, 내가 힘이 날 것 같아. 얼마나 낙천적이신지. 병을 앓고 있는 분 같지 않으셔. 나 가끔 힘들때마다 볼 거야.”
엄마는 혼잣말처럼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그래, 우리에게만 슬픈 일이 있는건 아니야. 슬픈 일이 다가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거 같아. 아팠던 시간도 우리에겐 소중한 시간이니까.”
역시 아빠도 혼잣말처럼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두 분은 어느새 서로 어깨를 감싸고 계셨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연우는 질투를 느꼈는지 기어이 엄마 아빠 사이로 파고 듭니다.
“치이, 엄마 아빠만 사랑하고! 나는 맨날 할머니네 가 있으라고 하고! 나도 엄마 사랑할거야!”
연우는 엄마 목을 안고 볼에 뽀뽀를 하고 아기처럼 응석을 부립니다.
“그래 그래. 우리 연우, 엄마가 형아랑만 함께 있어서 골이 났구나. 조금만 기다려. 형아 다 나으면 우리 연우 실컷 안아줄거야. 엄마가.”
엄마는 연우를 품에 안으며 울먹이십니다.
“야아, 연우. 너 엄마만 좋아하기야? 이리와. 아빠한테도 와야지!”
아빠는 큰소리로 손뼉을 친 다음 연우를 안아올립니다. 아마 저렇게 웃으며 큰 소리로 말해도 아빠 역시 마음은 울고 계실겁니다. 이 모든 것이 다 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만 합니다. 나는 모두를 슬프게만 하는 것 같습니다. 동생 연우까지도요.
어쩔줄 몰라하며 웃는 연우 모습이 날 슬프게 합니다.
“어어, 여보. 우리 큰아들 삐졌어. 동생만 안아준다고.”
엄마가 날 힐끔 쳐다보며 아빠에게 말합니다.
“뭐어? 그러면 안돼지. 이 아빠가 우리 장남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느새 나에게 다가온 아빠가 굵은 팔로 날 안아올립니다. 아빠의 오른쪽엔 연우가, 왼쪽엔 내가 안겨집니다.
“어, 이녀석들 안되겠는데. 여보, 우리 아들들이 왜이리 가벼워? 응? 맛있는 것좀 먹여야겠다.”
“당신 힘들어서 안돼. 어서 내려놔.”
“아니야. 나 힘이 남어. 한 사람 더 안을 수도 있겠는데?”
“그럼 엄마 안아줘. 아빠.”
“좋았어. 우리 둘째 아들 말이라면 아빠가 해야지요.”
아빠는 흔들흔들 뒤뚱뒤뚱 우리를 안고 엄마에게 다가가 엄마까지 안으려고 합니다.
“하하하, 하하하”
“히히히, 히히히.”
정말 오랜만에 우리 가족은 서로를 안고 웃고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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