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어쩜. 아.”
벌써 세 번째나 보면서도 엄마는 처음보는 사람 같습니다.
“여보 녹화해 두길 잘했지? 저 신부님 보면 우리 선우도 힘이 날 것 같아. 아니, 내가 힘이 날 것 같아. 얼마나 낙천적이신지. 병을 앓고 있는 분 같지 않으셔. 나 가끔 힘들때마다 볼 거야.”
엄마는 혼잣말처럼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그래, 우리에게만 슬픈 일이 있는건 아니야. 슬픈 일이 다가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거 같아. 아팠던 시간도 우리에겐 소중한 시간이니까.”
역시 아빠도 혼잣말처럼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두 분은 어느새 서로 어깨를 감싸고 계셨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연우는 질투를 느꼈는지 기어이 엄마 아빠 사이로 파고 듭니다.
“치이, 엄마 아빠만 사랑하고! 나는 맨날 할머니네 가 있으라고 하고! 나도 엄마 사랑할거야!”
연우는 엄마 목을 안고 볼에 뽀뽀를 하고 아기처럼 응석을 부립니다.
“그래 그래. 우리 연우, 엄마가 형아랑만 함께 있어서 골이 났구나. 조금만 기다려. 형아 다 나으면 우리 연우 실컷 안아줄거야. 엄마가.”
엄마는 연우를 품에 안으며 울먹이십니다.
“야아, 연우. 너 엄마만 좋아하기야? 이리와. 아빠한테도 와야지!”
아빠는 큰소리로 손뼉을 친 다음 연우를 안아올립니다. 아마 저렇게 웃으며 큰 소리로 말해도 아빠 역시 마음은 울고 계실겁니다. 이 모든 것이 다 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만 합니다. 나는 모두를 슬프게만 하는 것 같습니다. 동생 연우까지도요.
어쩔줄 몰라하며 웃는 연우 모습이 날 슬프게 합니다.
“어어, 여보. 우리 큰아들 삐졌어. 동생만 안아준다고.”
엄마가 날 힐끔 쳐다보며 아빠에게 말합니다.
“뭐어? 그러면 안돼지. 이 아빠가 우리 장남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느새 나에게 다가온 아빠가 굵은 팔로 날 안아올립니다. 아빠의 오른쪽엔 연우가, 왼쪽엔 내가 안겨집니다.
“어, 이녀석들 안되겠는데. 여보, 우리 아들들이 왜이리 가벼워? 응? 맛있는 것좀 먹여야겠다.”
“당신 힘들어서 안돼. 어서 내려놔.”
“아니야. 나 힘이 남어. 한 사람 더 안을 수도 있겠는데?”
“그럼 엄마 안아줘. 아빠.”
“좋았어. 우리 둘째 아들 말이라면 아빠가 해야지요.”
아빠는 흔들흔들 뒤뚱뒤뚱 우리를 안고 엄마에게 다가가 엄마까지 안으려고 합니다.
“하하하, 하하하”
“히히히, 히히히.”
정말 오랜만에 우리 가족은 서로를 안고 웃고 있었습니다.
(계속)
<함께읽는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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