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신개발주의가 등장하면서 ‘친환경’ 또는 ‘환경친화적’이란 말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그러나 환경을 파괴하는 토목건설 사업에 이 말이 접두어처럼 붙으며 이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혼란에 빠지게 했고 때로는 분노도 불러일으켰다.
이를테면 농어촌공사는 새만금간척사업을 하면서 ‘친환경’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세계 최대의 갯벌생태계 파괴사업임에도 입구에 “세계 최대의 친환경 간척사업”이라는 간판을 걸어놓았다.
군산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할 때에도 인근에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을 내세우며 “친환경발전소”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마량리에서 열린 신서천화력발전소 건설 착공식에서도 이 말이 나왔다. 중부발전(주) 사장은 인삿말을 통해 “환경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명품 발전소의 착공을 서천에서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환경발전소’라는 언급은 이후에도 두 차례나 더 나왔다. “최첨단 환경설비를 들여와 미세먼지 배출을 국내 최저수준으로 줄여 명실상부한 친환경발전소로 만들겠다”고도 말했다.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을 시인하면서도 ‘친환경’이라는 말을 내세웠다.
‘환경과 기술의 조화’는 또 뭔가.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는 그 비중이 점점 줄고 있는 추세이다. 나라 형편이 이를 당장 줄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추진한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이처럼 교묘한 언술로 주민들을 현혹시키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중부발전은 약속대로 유해물질 배출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착공식이 열리는 동안 서천화력 정문 앞에서는 주민들이 집회를 열며 건설 공사에 따르는 비산먼지, 송전탑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