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흘러야 한다”
“물은 흘러야 한다”
  • 최현옥
  • 승인 2003.08.22 00:00
  • 호수 18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이라는 것처럼 언제나 바다와 살아갈 것이다
황토 빛깔의 바닷물이 빠지면 바람과 햇빛, 물 등 모든 생명들이 남긴 거대한 자취가 여실히 드러난다. 오묘하고 거대한 무늬 앞에 한참을 서 있다보면 꿈틀거리는 생명의 맥박소리와 문명이 배설해 놓은 찌꺼기로 생명의 고리가 엉켜 시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손을 건네 화해를 시도하는 환경운동가 여길욱(42·장항읍 신창리)씨를 만났다.
“해안가를 걸으며 조개껍질과 모래사장, 갯벌의 형태 등을 보고 바다의 건강 상태를 읽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의 대변자가 되어 주는 것뿐이에요”
금강하구를 거닐며 생태변화를 기록하는 여씨는 개발의 논리 앞에 무너지는 생태계를 보며 가슴이 아프다. 자연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건만 인간의 이기심은 끝이 없기 때문.
이에 여씨는 타 지역과 비교했을 경우 아직 생태계 파괴가 덜된 서천의 해양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씨는 그 동안 다양한 해양 관련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그가 찾은 해결책은 물은 본성 그대로 흐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으로 최근 금강 해수 유통에 역점을 두고 있다.
갯벌은 생태적 다양성으로 생물실험실, 오락적 장소, 문화 유산 등의 교육적 혹은 심미적으로 이용가치가 풍부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또 육상과 해양이라는 거대한 두 개의 생태계가 접하는 곳으로 완충작용 뿐만 아니라 연안생태계의 모태로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스스로 자정작용을 하고 있어 근본이 막힘에 따라 생태계 균형이 깨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여씨는 금강 하구둑 설치 이후 변화를 기록하며 주민들이 참여해 해결책을 모색하며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길 소망한다.
여씨가 해양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숙명이었는지 모른다. 경남 남해 출신으로 바다가 놀이터였던 그에게 바다는 어머니였다. 집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부모님과 함께 장항으로 이사를 왔으며 더 이상 진학을 하지 않았다. 어업에만은 종사하지 않길 바랬던 부모님의 뜻을 받아 18살, 서울에서 공장생활을 시작했다. 청계천에서 7년 동안 전기관련 업무를 하며 경제적 기반은 잡아갔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라는 근본적 문제는 풀리지 않았고 마치 귀소본능의 연어처럼 길고 험난한 여정의 끝을 접고 바다로 돌아온다.
인생 항로의 키를 새로 잡은 그는 키조개 잡이를 시작으로 배를 타며 다양한 어종의 수산물을 다뤘으며 어촌계에서 활동했다. 어업에 종사하며 그는 점점 부조리를 보게 됐다. 정치논리에 의해 장항산업단지가 조성돼 어민들의 전부인 바다를 내주기에 이르렀고 비록 보상이 이뤄졌지만 불합리한 부분이 더 많았다. 생존권을 빼앗긴 그는 지역 어촌계와 연대고리를 만들어 ‘지역어업보상협의회’를 발족하고 대안마련에 들어갔다. 그 후 어민들의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서천군 어민회를 결성했고 전국어민총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전국에서 해양관련 문제들이 도출될 때마다 자문역할은 물론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여씨는 작게는 서천군 어민회 회원들과 수협 조합장 선거제도를 개선하고 어민들의 융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그 동안 묻혀져 왔던 잘못된 수산어법 개선을 위해 생업까지 포기하며 여론을 형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또 지난 97년부터 생태체험을 통해 자라나는 학생들의 환경보전의식 고취에 노력하고 있으며 습지보전네트위크에 참여, 한·일 공동 물새조사 등 각종 생태조사 활동에 참여하는 등 국제활동까지 펼치며 신문 등 TV방송을 통해 지역 현안들을 알리고 있다.
“지금까지 해온 일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고 자신이 하는 일은 자연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여씨는 앞으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 더 폭넓은 활동을 하고 싶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갯벌체험을 파괴의 체험이 아닌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민들과 전 국민들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만들고 싶다.
바다는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로 자신과 분리 될 수 없는 관계라는 여씨는 바다의 뜻이 변함없는 물이라는 것처럼 언제나 바다와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