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맥 끊길 위기 도지정 무형문화재 현재와 미래/①무형문화재의 현주소
■기획취재/맥 끊길 위기 도지정 무형문화재 현재와 미래/①무형문화재의 현주소
  • 고종만 기자
  • 승인 2019.07.17 00:01
  • 호수 96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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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홀대’…전통문화 전승·보존 단절 부추겨
기능보유자와 전승조교 없는 무형문화재 25% 차지
기초생활보장법상 최저생계비 보장 권리 인정해줘야
  • 이 기사는 충남도 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국가 및 시도지정 무형문화재 상당수가 전승 단절위기에 놓여 있다. 정부의 유형문화재 위주의 정책과 생계 걱정 없이 전승할 수 있는 생계지원책 부재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능보유자 상당수가 전수교육조교조차 두지 못한 채 사망하면서 사실상 맥이 끊겼다. 뉴스서천은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충남도 지정 무형문화재의 실태를 10회에 걸쳐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

 

우리나라 문화재는 국가지정 문화재와 시도지정 문화재로 나뉜다.

2018년 현재 국가지정 문화재 3993, 등록문화재 784건 등 총 4783건이다. 내용을 보면 국보 336보물 92146사적 505명승 112천연기념물 459국가무형문화재 142중요민속문화재 299등록문화재 784건 등이다.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는 여러 시대에 걸쳐 전승되어 온 무형의 문화적 유산을 말한다. 전통적 공연·예술/공예·미술 등에 관한 전통기술/한의학·농경어로에 관한 전통지식/구전전통 및 표현/의식주 등 전통적 생활관습/민간신앙 등 사회적 의식/전통적 놀이·축제 및 기예·무예 등이 무형문화재에 해당된다. 무형의 문화유산 중 국가적으로나 민족적,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의미가 큰 경우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종목을 비율별로 보면 전통기술이 52종목 36.6%으로 가장 많다. 전통·공연·예술 46종목(32.4%), 의례·의식 18종목(12.7%), 전통놀이·무예 16종목(11.3%), 전통생활관습 8종목(5.6%), 전통지식 2종목(1.4%) 순이다.

전승자는 보유자가 168(2.5%)이고 전수교육조교 285(4.2%), 이수자 6363(93.3%)순이다.

시도지정 문화재는 시도 유형 및 무형문화재, 시도 기념물, 시도민속문화재 등 4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시도지정 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70)상 해당 시도지사는 관할구역에 있는 문화재 중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닌 것 중에 보존 가치가 인정될 만한 것에 대해 지정한다.

시도지정 문화재는 시도유형문화재 3363시도무형문화재 601시도기념물 1712시도민속문화재 470문화재자료 2727건 등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의 보전 및 전승활성화를 위해 전수교육 활동에 필요한 전승지원금을 비롯해 무형문화재 공개행사 및 기획행사 지원, 전통공예 활성화사업 지원, 전승취약종목 보호 및 공예분야 전승자 작품 구입 및 활용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88호 바디장

구진갑 선생보다 문하생 먼저 사망, 전승단절

▲바디살 메기를 하는 고 구진갑 바디장(2002년 국립문화재연구소 영상 캡쳐)
 

작은아버지께서 십 수 년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부터 기능을 전수받아왔지만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결과적으로 무형문화재 기능을 잇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서천읍 오 아무개 씨의 작은아버지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88호 기능보유자인 구진갑 선생으로부터 기능을 전수받는 과정에서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사망했다. 그 결과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88호 바디장은 전수조교없이 구진갑 선생의 사망과 함께 맥이 끊기고 말았다.

이 때문에 충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1호 한산세모시짜기 기능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바디가 더 이상 제작되지 않기 때문에 바디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통바디의 복원과 제작 없이는 전통베틀에 의한 한산세모시짜기 역시 조만간 종언을 고할 수밖에 없다.

▲모시 짜는 데 없어서는 안될 부속 중의 하나가 바디이다. 한산세모시짜기 박미옥 도지정 무형문화재가 세모시짜기 시연을 하고 있다.
▲모시 짜는 데 없어서는 안될 부속 중의 하나가 바디이다. 한산세모시짜기 박미옥 도지정 무형문화재가 세모시짜기 시연을 하고 있다.

바디는 대오리로 참빗살처럼 만들어 틈마다 날을 꿰어서 베의 날을 고르고 북의 통로를 만들어 씨를 쳐서 짜는 기구를 말한다. 베의 가늘고 굵음이 결정되는 바디는 베틀에 들어가는 없어서는 안 될 부속 기구로 바디집 바디집 마구리(혹은 바디집 비녀) 바디로 돼 있다. 바디집은 바디틀이라고도 하며, 바디의 테, 즉 홈이 있는 두 짝의 나무로 바디를 끼우고 양편 마구리에 바디집 비녀를 꽂는데 이를 구광()이라 한다. 바디를 제작하는 과정은 바디살 만들기와 기둥살(일명 날대) 만들기, 바디집 마구리 끼우기, 그리고 갓 붙이는 과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바디 살은 대껍질이 단단하고 두꺼운, 34년 된 대나무로 대오리를 만든다. 조선시대에는 공조(工曹)에 속해 있는 공장(工匠) 중에 성장(筬匠)이 있어서 특별히 바디만을 제작하는 일에 종사했다. 하지만 해방 후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재래식 직조기술이 점차 사라지게 되면서, 자연히 바디장의 기능도 거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988년 구진갑 선생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88호 바디장 보유자로 인정한 바 있다. (참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국가지정무형문화재 25% 기능보유자 부재

보유자 부재 9종목, 전수교육조교 부재 25종목

현존하는 국가 및 시도지정 무형문화재 상당수가 바디장과 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

‘2017년 문화재청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제출한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전수교육조교 부재 종목 자료에 따르면 보유자가 없는 종목은 9종목, 전수교육조교가 없는 종목은 25종목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보유자 부재종목은 바디장 태평무 살풀이춤 가사 곡성의돌실나이 조각장 제와장 배첩장 나주의 샛골나이 등이다.

전수교육조교 부재 종목으로는 바디장 낙죽장 번외장 석장 염장 탕건장 화혜장 경주교동법주 줄타기 유기장 선자장 궁중채화 옹기장 한지장 각자장 금속활자장 누비장 두석장 장도장 전통장 주철장 화각장 조선왕조궁중음식 배첩장 등 25종목이다

이처럼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의 25~30% 정도의 종목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는 이유는 기능보유자의 고령화가 심각한 데다 전승 잇기가 가능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재 전승 단절 위기 요인 중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히는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계속해서 문화재청이 노웅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보유자 중 60대 이상이 전체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의 92%였고, 50대 미만은 단 1명에 그쳤다.

기능보유자의 대를 잇게 될 전수조교의 연령대도 기능보유자와 비교해 크게 낮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전수장학생과 전수이수자 등 젊은 문하생을 적극적으로 육성하지 않을 경우 바디장의 경우처럼 한꺼번에 사라질 수밖에 없다.

무형문화재 홀대, 맥 끊길 위기 자초

무형문화재 예산 전체 예산 대비 4%

그렇다면 국가지정 및 시도지정 무형문화재가 맥 끊길 위기에 처한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실제 문화재청의 편중된 예산배정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문화재청이 노웅래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2017년까지 문화재청 전체예산에서 무형문화재 관련 예산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고, 비중 역시 4%대에 그치고 있다.

2013년 총 6148억 원 중 249억 원으로 전체예산대비 4%였던 무형문화재 보호예산은 2014 에는 6199원 중 4.2% 262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20156887억 원 중 3.8% 261억 원으로 0.4%포인트 감소했다. 2016년에는 7311억 원 중 3.6% 268억 원으로 전년보다 0.2%포인트 감소했다. 2017년에는 2016년 대비 전체예산과 무형문화재 보호예산이 8% 580억 증가한 7891억 원과 6.7% 18억 원이 증가한 286억 원이었지만 무형문화재 보호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과 동일한 3.6%에 그쳤다.

이렇듯 문화재청의 심각할 정도의 예산편중은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의 생계유지 곤란과 직결돼 있다.

기능보유자 기능전수=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야 만 기본적으로 무형문화재가 후대에 전승될 수 있다. 전승지원금만으로는 생계유지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매년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를 비롯해 보유단체, 전수교육조교 등에 대한 전승지원계획을 수립해 지원해오고 있다.

세부 지원계획을 보면 월정액으로 지급하는 전수교육지원금 전승취약종목 및 맞춤형 추가지원(전승 취약 35종목에 보유자 4716000, 전수교육조교 3132000, 보유자 및 전수교육조교 부재 전승취약종목 이수자에게는 3132000원 지원) 전승활동 장려금(1회 예능과 공예 분야 개인 2종목과 예능과 의식 등 2개 분야 단체종목에 대해 10월까지 실적점검결과 토대 12월 전승활성화 실적에 따라 차등 지원) 장학금(매월 전승취약종목 선정 종목에 대해 보유자 1인당 3명 이내 263000원씩 지원) 특별지원금(명예보유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매월 100만원 지원하며 장례위로금으로 보유자는 100만원, 전수교육조교는 50만원을, 입원위로금은 보유자에게 50만원, 전수교육조교에게는 30만원 지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승취약종목 맞춤형 추가지원은 20173월 선정된 전승취약종목 35개 종목이다. 세부종목으로는 예능분야(5종목) 서도소리 가곡 가사 줄타기 발탈 기술(30종목) 한산모시짜기 바디장 침선장 갓일매듭장 나주의 샛골나이 낙죽장 곡성의돌실나이 조각장 궁시장 채상장 장도장 백동연 죽장 망건장 탕건장 입사장 제와장 전통장 소반장 금속활자장 완초장 누비장 화각장 윤도장 염장 염색장 화혜장 금박장 궁중채화 선지장 등이다.

최저생계비 보장 권리 못 누려

월정액 전승지원금 135만원

앞서 언급한 올해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지원금( 무형문화재 중요 무형문화재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매월 지급) 지급액은 9년 전과 비교해서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 9년간 물가인상률 등을 감안할 때 실질 전수교육지원금은 오히려 감소했다.

실제 문화재청이 올해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에 지급하는 전수교육지원금은 월 135만원이다. 9년 전인 2010년 대비 5만원 인상되는 데 그쳤다. 기능보유자의 전수교육 보조 역할을 하는 전수교육조교는 월 68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전수교육지원금은 올해 최저생계비의 77% 수준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최저생계비란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국민생활기초보장법)’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최저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 및 시도지정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나 전수교육조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와 전수조교 등이 생계 걱정 없이 국가 및 시도지정 무형문화재 보존과 전승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전승지원금 외에 최저생계비를 보장 등 처우개선 마련이 시급하다.

기능 난이도 감안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기능보유자와 전수조교 평균 연령대 비슷

까다롭고 기간이 긴 무형문화재 보유자 지정 역시 무형문화재의 보존 및 전승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형문화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수자, 이수자, 전수교육조교, 보유자 등 4단계로 나눠져 있는데 단계별 소요 기간은 전수자에서 이수자는 최소 3, 이수자에서 전수조교는 15, 전수자에서 보유자는 대략 20년 정도 소요된다. 다시 말해 이수자에서 해당분야 보유자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대략 40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현재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의 연령대가 높은 가운데 기능보유자로부터 기능을 전수받고 있는 전수조교의 연령대가 비슷한 상태이다. 무형문화재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후진 양성이 시급하다.

▲부채장 이광구 선생
▲부채장 이광구 선생이   공방에서 관람객들에게 공작부채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충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21호인 서천 부채장 이광구씨의 경우 사위 유아무개씨만이 지난 2007년부터 전수교육을 이수과정을 밟고 있지만 부채장으로부터 기능을 물려받기에는 생계문제 해결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는 먹어가는 데 누가 배우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고,지금이라도 누가 배우겠다는 사람 있으면 기능을 전수해 대를 잇고 싶습니다

국가 및 시도지정 무형문화재 상당수 종목이 부채장 이광구씨의 말처럼 미래가 암울하다. 기능보유자가 전수교육조교 없이 사망하더라도 맥이 끊이지 않고 후대에 전승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해당 무형문화재 제작 전 과정에 대한 기록과 함께 영상물 제작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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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2019-07-18 22:06:06
기사 잘 읽었습니다. 기획기사인것 같은데 다음 기사도 기대됩니다.
군민들이 더욱 우리 무형문화재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근본적인 부분들과 무형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