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독’ 빼내자
‘신자유주의 독’ 빼내자
  • 뉴스서천
  • 승인 2004.02.06 00:00
  • 호수 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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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어느 해가 편안히 지났으랴마는, 작년은 유난히도 교육계가 시끄러운 한 해였다.
연초부터 시작된 NEIS와 관련된 교육계의 갈등, 고교 평준화 문제 그리고 연말에 터져 버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제 등이 그 소란의 주요 알맹이였다. 결국 모 언론에서 얘기한대로 취임 이 후 줄곧 장관 뺑뺑이 돌리기에 시달려 오던 장관이 사임을 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시원스레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새로운 장관이 그 불씨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형편이니 올해의 교육계 또한 막막할 따름이다.
연초부터 고교평준화문제로 교육계가 떠들썩하다. 신임 장관은 엘리트 교육을 운운하며 사실상 평준화 폐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게다가 2일 서울 진선여중에서 열린 ‘학교교육 정상화 촉진대회’에서는 평준화제도와 관련 “평준화 정책은 엘리트교육과 정면 대치되는 제도가 아니며 엘리트교육도 지식정보화 사회로 가는데 포기할 수 없다”며 “그래서 평준화 정책에 기반한 대중교육과 엘리트 교육 사이에 상호 보완이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완곡하게 표현한 것일 뿐이지, 취임사에서 밝혔던 평준화에 대한 자신의 교육 관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평준화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려울 것도 없이 바로 평등 그 자체이다. 누구나 동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그 평등 권리 실현의 첫걸음이 바로 교육 평준화인 것이다. 그런데 엘리트 교육을 한다? 엘리트 교육은 평준화 정책과 대치되지 않는 제도이다.
과연 어떤 논리로 이러한 모순을 설명할 것인가? 그들이 얘기하는, 소위 국가 경쟁력을 이끌고 갈, 일부 엘리트를 제외한 다른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주면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다는 생각인 듯한데, 어찌 이것이 진정한 평등일 수 있겠는가. 대중을 벗어난 엘리트라! 참으로 어이없는 발상이다.
중학교 때 공부를 뛰어나게 잘 하고 부모가 돈이 많으면 모든 아이들을 제치고 이 사회의 엘리트로 키워준다는데 어느 누가 “너는 그냥 대중이 평등한 평준화 교육을 받거라”하며 제 자식을 내 버려두겠는가. 설령, 공부를 그리 뛰어나게 못 했다고 하더라도, 부모의 경제력만 받쳐 준다면 대중 위의 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긴데, 어느 부모가 중학생인 자식을 자립형사립고니 특목고니 하는 곳으로 보내지 않으려 하겠느냐 말이다. 이는 곧 부가 부를 세습하고, 빈곤은 빈곤만을 계속 가져올 뿐인 현실만을 가져올 뿐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 성장의 한계선을 그어 버림으로서 우리 사회의 대부분 학생들로부터 꿈을 앗아가 버리게 될 것이다.
공교육은 모든 민중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야 하고, 그 모두에게 행복을 꿈꿀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사람의 능력이란 천차만별이고, 또 그에 따라 각자에게 적합한 삶의 방식을 찾아 간다. 결코 돈과 학업이라는 일부 능력의 힘이 우리의 그러한 행복권을 앗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30여년 전, 비평준화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이미 경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병영 신임 부총리나 각 계 수구 언론 및 교육 기득권이라 하는 세력들은 지난 과거의 실수를 또 다시 되풀이 하려고 한다.
이 신문 저 신문에 평준화 폐지 논설을 쓰랴, 여기 저기 강연회니 기자회견이니 다니며 엘리트 교육을 외치랴 하는 노력들이 참 안쓰럽기 짝이 없다.
굳이 우리 교육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면 먼저 우리의 지난 과거를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아닌 자산지석(自山之石)으로 삼는 일부터 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현재의 교육 문제를 풀어나가려 한다면 지난날 우리 교육에 자기네들이 심었던 신자유주의라는 독부터 직접 빼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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