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하나되는 대보름제 개최
자연과 하나되는 대보름제 개최
  • 최현옥
  • 승인 2004.02.13 00:00
  • 호수 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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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벌포 대보름제 농경문화로 자리 매김
“괘괭괘괭 괭깨개갱∼”
지난 7일 신성리 갈대밭은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풍물소리로 가득 찼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개최된 기벌포 대보름제는 신명나는 풍물소리와 함께 농경사회 서천군 지역 주민들이 자연과 하나로 상생하며 화합하라는 뜻이 담긴 듯 했다.
길놀이를 마친 주민들은 액운을 막고 전염병을 물리친다는 장승제를 지내기 위해 장승 앞에 운집했다. 보기에도 위풍당당한 천하대장부와 지하여장군은 눈을 부릅뜬 채 지역을 지켜줄 것 같은 모습이다. 깨끗이 정돈된 몸과 마음으로 마련된 고사상에 기관단체장을 비롯해 주민들은 술을 올리고 지역 발전을 기원, 개개인의 소원을 빌어본다.
오랜만에 만난 시골 노인들은 귀밝이술 몇 잔을 기울이며 옛날 얘기를 꽃피웠고, 쥐불놀이, 밥 서리 등 어릴 적 대보름의 추억을 떠올리며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행사장 곳곳에는 윷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떡치기 등 잊혀져 가는 전통놀이를 재현하고 경합하는 경연대회가 펼쳐졌다. 각종 전통놀이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참여,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숨은 재치를 뽐내기도 했다. 둑에서는 각가지 모양의 창작 연이 하늘을 수 놓았고 그 해의 재난을 멀리 보낸다는 의미로 연줄을 일부러 끊어 띄우기도 했다. 각 행사장에서는 시합이 끝날 때마다 승리의 환호와 안타까움의 탄성이 멈추지 않았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은 어느덧 하나가 됐으며 풍년과 서천군의 발전을 기약하듯 하늘에서는 흰 눈이 내려 운치를 더했다. 일부 주민들은 갈대밭을 거닐며 그동안 가슴에 담아놓았던 이야기 봇다리를 풀어놓기도 했다.
동쪽 하늘에 정월대보름 달이 떠오를 시각이 가까워지자 집채만 한 달집에 불이 붙여졌다. 각자의 소원을 담은 불길은 하늘 높이 올랐다. 그 타오르는 달집을 배경으로 지역 주민들은 어느덧 자연과 동화, 공동체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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