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거라 아우들아,정든 교실아∼”
“잘 있거라 아우들아,정든 교실아∼”
  • 최현옥
  • 승인 2004.02.27 00:00
  • 호수 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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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의 설렘과 떠남의 아쉬움을 남기는 졸업식. 그러나 시대가 흐르며 졸업식의 풍습은 남고 의미는 퇴색해 가는 듯 하다. 이에 본지는 문산초등학교 학생들의 마지막 모습을 지면에 담아봤다.
<편집자 주>
문산초등학교 5명의 졸업식, 시작의 희망과 떠남의 아쉬움 남아
지난 19일 개최된 문산초등학교 졸업식. 식전부터 시끌벅적해야할 학교가 너무 조용하다. 교문 앞에서 축하 꽃다발을 사고·파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졸업식을 알리는 플랜카드만이 바람에 무색하게 휘날리고 있다.
식장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모습은 단출하다. 과거 1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던 문산초는 올해 서천지역에서 가장 적은 5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사실 올해 문산초 졸업생은 9명이었다. 그러나 해당 학구내 중학교 진학을 꺼린 학생들의 전학이 이어지며 쓸쓸한 졸업식을 맞게 됐다.
“짝!짝!짝! 번쩍∼”
썰렁했던 졸업식은 수여식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다. 평소 달리기를 좋아했던 우혁이는 체육왕상, 부모님을 잘 도왔던 지영이는 효도왕상, 저축을 많이 한 기원이는 절약왕상을 받았다. 표창이 이어지자 가족들은 자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학생들에게 상은 다다익선 인가보다. 학생수가 적다보니 1인에게 많게는 6개까지 상이 주어지는데 단상에 오를 때마다 얼굴은 항상 싱글벙글 이다. 그러나 수여식 관계로 마라톤 졸업식이 되자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한 재학생들. 관례적이고 형식적으로 치러지고 있는 졸업식 문화를 바꿔야 할듯하다. 수여식에 이어 재학생들은 선배를 떠나 보냄에 아쉬움을 송사로 표한다. 졸업생들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학했던 때가 어제 같다며 6년 동안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5명의 졸업생들 머릿속에는 주마등처럼 과거가 스치고 있다. 떠나보내는 자와 떠나는 자들, 과거 졸업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눈물은 사라진 듯 하다. 졸업식 노래를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번갈아 가며 부르고 조촐한 졸업식은 끝이 났다.
“너희들 중학교에 가서도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건강해야 한다”
교사의 당부는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순간에도 계속된다. 학생들은 선생님과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듯 기념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선물을 나눈다. 졸업식의 백미는 뭐니 해도 점심식사. 아직 시골에 사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짜장면이 최고라며 즐거워들 한다.
냇물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듯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은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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