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항어촌뉴딜300사업’, 유부도 아카시아 숲 대규모 파괴
‘송림항어촌뉴딜300사업’, 유부도 아카시아 숲 대규모 파괴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2.04.06 14:43
  • 호수 10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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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공사 서천지사, “주민들 요구에 따랐다”

시민·환경단체, “있을 수 없는 일” 복원 논의키로
▲50년 생 아카시아 수백그루를 베어내고 낸 길
▲50년 생 아카시아 수백그루를 베어내고 낸 길
▲사라진 유부도 폐염전 북측 아카시아 숲
▲사라진 유부도 폐염전 북측 아카시아 숲

유부도 폐염전 북측의 아카시아 숲이 대규모로 파괴돼 시민·환경단체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자연경관이 우수한 아카시아 숲 파괴는 서천군이 추진하고 있는 송림항어촌뉴딜300사업유부도 경관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아카시아 숲이 대규모로 파괴된 사실은 새만금생태모니터링단(단장 오동필)이 지난 320일 유부도를 방문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에 지난 1일 오후 유부도 현장에서 시민·환경단체는 사업 시행사인 농어촌공사와 서천군해양수산과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경위를 들었다. 뉴스서천 취재팀이 이를 취재했다.

현장에 도착하자 유부도 마을 북쪽 끝 지점에서 동쪽으로 폭 15m 길이 400m 아카시아 숲이 뿌리째 파내어져 있었다.

유부도는 우수한 자연경관과 곳곳에 특화된 경관 요소들이 매우 풍부한 곳으로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범위 안에 있다. 특히 아카시아 숲은 갯벌에서 휴식하고 있는 철새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로 다방면으로 바다 조망이 가능한 곳이다.

폐염전은 만조시 물에 가장 늦게 잠기기 때문에 많은 도요물떼새들이 머무는 곳이다. 파괴된 아카시아 숲은 폐염전 북측에 있으며 이 숲은 염전으로 날아드는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50여년 전 주민들이 조성해 가꾼 숲이다. 폐염전부지는 현재 개인 사유지로 남아있다.
이곳은 원래 아카시아 숲 사이로 2~3m 소롯길을 조성해 탐조객들이 철새들에게 노출되지 않으면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곳이다. 그런데 시공업체인 한국농어촌공사 서천지사에서 자의적으로 아카시아 숲 약 5000를 뿌리째 파괴한 것이다. 벌목 허가를 받은 것도 아니다.

농어촌공사 서천지사 정대진 차장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길을 내기 위해 공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송림어촌계장은 탐조객들이 철새 탐조 포인트로 이동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숲이 모두 파헤쳐진 이후에야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카시아는 바닷가의 가장 적합한 식생으로 염분에도 강해 해안지반 안정화 뿐만 아니라 우수한 경관과 방풍작용, 야생동물의 안전한 휴식지를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식물이다.

과거 너무 단단한 목질로 목재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여 육림의 목적에서 관심 밖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사실 해양성 식생대의 중요한 생태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 아카시아 군락이 대규모로 존재했던 것도 다른 수종이 강한 염해를 입고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카시아 숲을 베어낸 자리는 새로 조경을 하기 위해 팽나무를 식재할 예정이라 한다. 150여그루의 팽나무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식재를 위해 들여놓은 팽나무
▲식재를 위해 들여놓은 팽나무

한편 유부도 폐염전 일원에서는 한국해양환경공단에서 갯벌해양생태계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생태복원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상식에 벗어난 자연 경관림을 훼손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또한 훼손된 아카시아 숲을 어떤 방식으로 복원을 할 지 농어촌공사와 서천군청 해양수산과, 시민·환경단체가 다시 모여 논의를 계속 해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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