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과 정(情)
한(恨)과 정(情)
  • 뉴스서천
  • 승인 2004.03.19 00:00
  • 호수 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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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네근처에 대형 찜질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찾아가면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말로만 듣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 보았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방문이었지만 다녀온 뒤의 느낌이란 지금처럼 이렇게 기록이라도 표현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우선적으로 시설면이나 서비스면에 있어서는 사뭇 동네목욕탕과는 달리 나름대로 수준 높았고 이용가격 또한 비교적 적정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용자들의 수준이었다. 그들은 역시 동네목욕탕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았다. 수영장인양 물장구치며 놀이터인양 뛰어 다니는 어린아이는 많았어도 이를 지적하는 부모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분명히 찜질방 역시도 공중시설이란 것을 학교에서 배웠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른들의 행동들도 비슷비슷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철없이 순진하다고 변명이라도 가능한 그리고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풍부하다는 어린이들은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수건들과 아무런 생각 없이 쓰다버린 일회용품들, 그로 인해 막혀버린 하수구, 그저 나만 쓰는 것처럼 무질서하게 방치된 여러 용품들, 실로 몸의 더러운 때만을 벗겨 내는 공동 오물장 같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누구하나도 이러한 모습들에 태연하다는 것이다. 오직 직업상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직원들만이 투덜거리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예전에 내가 다녔던 시골 목욕탕에서는 아니 지금도 쑥스럽다고 대중탕을 꺼려하시는 일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지만 옆 사람의 등도 밀어주었고 내가 썼던 것들을 뒷사람들이 깨끗하게 써야 한다며 깔끔히 정리하는 모습들이었음에는 분명했다.
하여튼 한번 더 놀랬던 사실은 목욕 후에 체험한 것들이었다. 각종 편의시설과 함께 쉼터라고 지칭했던 찜질방에서다. 생면부지의 남녀노소가 함께 모여 아무 스스럼없이 드러누워 있는 자유스러움, 낯선 남자 옆에 낯선 여자가, 백발의 어르신 옆에 새파란 젊은 연인들이, 그리고 곳곳에 자유분방하게 갖추어진 식당과 영화감상실, 마치 편안히 먹고 즐길 수 있다는 낙원의 모습 내지는 정겨운 가족모임장 같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호감은 착각이었다. 좁은 공간에서의 자리다툼, 간이용 베개와 담요를 가지고 언쟁 높이는 익숙한 모습들, 제 집 인양 여전히 떠들기만 하는 무리들, 남이야 어찌하던 자기 뱃속만을 채우겠다며 싸 가져온 음식물로 주위를 어지럽히는 사람들, 실내의 화려한 시설과는 반대로 아주 고약했던 화장실 등등은 얇은 땀복 하나만 걸치고 바라보기에는 나를 너무나도 춥게 만들고 있었다.
왜 그런 것일까? 이러한 호기심은 나를 인근지역 찜질방을 다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혹시나 해서 말이다. 하지만 결국의 관찰 값은 모두 다 같았다. 혼돈스럽다. 더욱이 최근에 내렸던 폭설 하나로 아수라장이 되었던 도로사정과 서로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관리자들, 나만 바쁘니 양보하라는 식의 운전자들, 그리고 어저께의 충격적였던 정치갈등속에 총선이라며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제 각각의 구호들이 최근 천 만명이 넘게 관람했다는 영화주제들과 함께 나를 어지럽히고 있다. 무슨 한(恨)이 그리도 많고 무슨 정(情)이 그리도 헤픈지......빨리 나름대로의 올바른 답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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