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과 17대 국회에 거는 기대
장애인 차별과 17대 국회에 거는 기대
  • 뉴스서천
  • 승인 2004.04.23 00:00
  • 호수 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러나 이날은 장애인 당사자들에 의해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불린다. ‘장애인을 사랑합시다’나 ‘장애인에게 봉사합시다’와 같은 시혜성 구호는 집어치우고 장애를 이유로 비인간적인 차별을 받고 있는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사회속의 억압과 차별을 걷어내자는 것이다.
이날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4.20 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가 열렸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과 함께 비장애인, 시민 600여명이 화려한 봄날 햇살을 받으며 늦게까지 집회를 갖고 행진을 벌였다. 일생의 첫 번째 외출이 평균 24세일 정도로 세상과의 단절 속에서 보통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을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 이제는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라고 세상을 향해 당당하고 거침없는 요구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변화이다. 장애인 스스로 편견과 차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세상 속에 몸을 던지는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것은 장애로부터 자유로와지기 위한 투쟁이다. 그 가장 대표적인 투쟁이 장애인들의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이다.
지난해 장애인들은 ‘장애인이동보장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었으나 국회의원들이 정쟁에 골몰하는 사이에 이 법안은 16대 국회와 함께 폐기될 운명이다. 장애인들은 달라져왔으나 세상과 권력은 변하지 않았다. 그랬던 장애인 문제가 새삼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 제17대 국회의원 총선이 계기였을까. 다수당이 된 여당의 비례대표 1번 국회의원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 여성이 되었다. 시각장애인 국회의원도 생겨났다. 지금 국회에서는 이들 국회의원들을 위해 편의시설을 정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정부는 2013년까지 전국 버스의 10%를 저상버스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장애인의 날에 맞추어 발표하기도 했다.
변화가 느껴진다. 기존의 관행과 편견으로부터 먼저 벗어나는 쪽이, 그리고 특권과 권위로부터 벗어나는 권력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정치가 비로소 깨닫고 있는 것일까. 권력을 잡자면 못할 게 없는 선거였기 때문이었을까.
장애를 장식으로 만들지 말라는 장애인들의 경고를 새삼스럽게, 그러나 뼈아프게 들어야할 때인 것 같다. 그러나 그조차도 변화는 큰 변화인 것이다. 이것은 세상 속으로 뛰쳐나와 당당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외치며 투쟁해온 장애인들의 눈물겨운 투쟁의 성과, 그 시작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차별과 소외로부터 고통받아온 사람들을 위해 세상의 시선과 관심을 낮추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장애인, 여성, 노동자, 농민, 비정규직... 세상의 편견과 무관심 속에서 삶이 자유롭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제는 세상이 바뀔 차례다. 그리고 그 세상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새롭게 구성될 17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장애인, 노동자, 농민이 국회의원이 된 17대 국회. 부패하고 타락한 정치로는 더 이상 안된다는 사실의 확인 속에서 구성된 17대 국회. 무엇보다도 50년 정치사에서 가장 큰 정치적 사건으로 불리는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이룬 17대 국회.
그런 만큼, 국민들의 기대에 답하는 새로운 정치, 낮은 자리를 찾아가는 정치가 17대 국회에서 펼쳐지기를 바란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억눌린 자들이, 차별에서 평등으로, 주변에서 중심으로 옮겨가는 정치,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휘어진 우리 사회의 시선을 바로잡는 정치, 소수의 힘이 다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삶이 소수의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그런 정치를 기대한다.
더 이상 장애인 이동권과 저상버스 도입을 요구하는 ‘버스타기’가 행사이고 투쟁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수 있도록 법을 만들고 정책을 만드는 그런 국회, 그런 정치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