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소금은 나트륨과 염소의 결정
■ 모시장터 / 소금은 나트륨과 염소의 결정
  • 뉴스서천
  • 승인 2023.06.29 09:01
  • 호수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병상 칼럼위원
박병상 칼럼위원

값싼 외국의 암염을 대량 수입하면서 서해안의 염전은 대부분 사라졌다. 최근 우리 천일염 인기가 치솟았다. 그 이유가 반갑지 않다.

김장철이 멀었고 저장 보관된 소금이 전혀 부족하지 않건만. 사재기 열기가 지나치자 놀란 걸까? 생명 유지에 중요하더라도, 소금이 금은 아니다. 가격이 오를 리 없는데, 투기인가? 수상하다. 양판점까지 소금을 화려한 조명 아래 놓고, 높은 가격으로 판다. 황급히 불 끄려고 나선 정부는 소금 수급을 걱정한 게 아니다. 우리 천일염은 후쿠시마 핵오염수와 관계없다고 부랴부랴 소리 높이는 걸 보면.

그렇다. 나트륨과 염소가 이온 결합한 염화나트륨 결정은 인류에게 빛이요 소금이다. 후쿠시마에서 방류할 핵오염수로 오염될 수 없다. 우리 천일염뿐 아니라 일본이 생산한 소금도 마찬가지인데, 왜 소비자는 사재기에 나선 걸까?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으니, 후쿠시마 핵오염수가 닿기 전에 사놓아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리라. 핵오염수에 오염된 바닷물로 생산해도 순수한 소금 결정에 방사성 물질에 끼어들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정부는 후쿠시마 핵오염수가 1년 안에 우리 바다에 도달한다는 보도를 부정했다. 그런데도 소금 사재기는 진정되지 않는다. 현 정부에 대한 신뢰가 기대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일 텐데, 허둥지둥 안전부터 강조한 정부와 달리, 언론은 과학자의 주장을 근거로 보도했다. 어떤 주장에 신뢰가 생길까? 우라늄 핵이 분열하면 수백 가지의 방사성 원소가 발생한다. 후쿠시마 핵오염수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폐기물과 방류하려는 핵오염수에 나트륨과 염소가 없다는 근거를 분명히 제시하지 않았다.

핵오염수에 나트륨과 염소가 없다면 소금은 안전한 게 맞을까? 그러므로 김치도 안전할까? 배추를 절이는 천일염은 실험실 소금처럼 순수하지 않다. 적당히 포함되어야 맛을 살려내는 불순물도 안전할까? 소비자는 알기 어렵다. 김장에 넣는 젓갈은 생물이다. 생물의 70%는 물이고, 물은 산소 한 분자에 수소 두 분자가 결합한 물질이다. 단백질과 지질에도 수소가 많다. 핵오염수에 노출된 생물은 먹이사슬로 들어오는 방사성 수소를 몸에 흡수한다. 먹이사슬로 이어지는 생태계에서 방사성 물질은 농축될 가능성이 높다.

방사성 수소는 몸속에서 방사능을 내뿜는다. 몸을 투과하고 마는 병원 엑스레이와 달리 몸속 방사성 물질은 거리 3제곱에 반비례하는 방사능으로 주변 세포를 변형시킬 수 있다. 아무리 희석해도 소용없다. 시간과 총량이 중요하다. 일본은 30년 방류하겠다고 한다. 방사성 수소가 방사능을 내뿜는 기간을 고려할 때 해양생태계는 100년 넘게 오염될 테고, 먹이사슬을 타고 해양에서 육지로 오염을 확산시킬 것이다. 사람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더구나 우리는 젓갈을 다채롭게 먹는 민족이다.

후쿠시마 핵오염수에 막대하게 포함된 수소는 다핵종제거장치(ALPS)로 전혀 걸러낼 수 없다. 우주에서 가장 작은 물질이기 때문인데, 60여 방사성 물질을 거르지 못한다는 일본 과학자의 주장은 괴담일까? 후쿠시마 핵발전소 터에 부착한 다핵종제거장치는 고장이 잦다는데, 2백만 톤 넘는 핵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하겠나?

정부는 과학을 입맛대로 편집해 괴담을 창조하며 핵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처벌할 수 있다고 윽박지른다. 일본 정부도 하지 않는 짓이다. 자유를 되뇌는 정권답지 않다. 민주주의에서 현안에 질문하는 주권자의 행위는 정당하다. 정부는 주권자를 멋대로 구속해 고문하던 군사독재 시절이 그리운 것인가? 소금 사재기는 단순한 현상을 넘는다. 미래세대의 생존을 생각하는 주권자의 행동이라는 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