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 진단 / 송림리 블루카본 사업 시험지
■ 긴급 진단 / 송림리 블루카본 사업 시험지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3.08.30 23:44
  • 호수 11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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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카본 시험지’라며 인위적으로 염습지 조성

자연적으로 형성된 갯벌과 새섬매자기 군락지 파괴

 

▲해양수산부 블루카본 사업 시험지
▲해양수산부 블루카본 사업 시험지

827일 오후 장항읍 송림갯벌에 조성된 블루카본 시험지를 자세히 확인해보았다. 안내판을 보니, 이 시험지가 해양수산부와 블루카본사업단, 에코앤지오(), 네오엔비즈가 협력해 조성을 했다고 한다. 이 시험지의 규모는 해안을 따라 길이가 대략 100미터, 바다 쪽으로 폭이 4미터 정도가 되었다. 이곳 시험포에 인위적으로 심은 식물은 갈대와 기수초, 칠면조 등 3종의 염생식물이었다.

개리의 먹이원 세섬매자기 군락지 파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시험지 바로 옆에 새섬매자기가 군락을 이루며 서식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를 보았을 때 시험지 조성 이전에 이곳의 일부 지역은 갯벌 지역이었고 나머지 지역은 새섬매자기 군락지였다. 이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갯벌은 칠게, 조개, 갯지렁이 등 다양한 저서생물들이 서식하는 곳이고, 새섬매자기 군락은 매년 10월부터 이곳에 찾아와서 다음해 3월까지 머무는 겨울철새인 개리 수십 마리의 먹이가 된다. 개리가 부리로 새섬매자기의 부리로 뿌리를 뽑아 먹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개리는 환경부의 멸종위기종 ,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제325-1호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이다.

▲2020년 1월 현재 블루카본 사업 시험지를 찾은 개리
▲2020년 1월 현재의 블루카본 사업 시험지를 찾은 개리

개리가 이곳에 찾아올 때마다 이곳을 몇 차례 직접 방문해 확인하기도 했다. 그리고 뉴스서천 지면을 통해 이곳에 서식하던 개리와 새섬매자기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보호정책과 함께 이곳을 찾는 탐방객들이 이 생물종들을 보호하게끔 안내판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가능하면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밀폐형 탐조대를 설치하고, 이 탐조대에 생태해설사를 배치해서 탐방객들이 개리에게 접근하거나 위협을 하지 않도록 홍보하며,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생태해설을 해줄 것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서천군과 문화재청, 환경부는 지금까지 이같은 제안을 반영해서 시행하려는 어떤 노력도 없다.

더욱이 이처럼 육상에서 마사토와 자갈, 그리고 바윗돌을 모래처럼 작게 만든 것을 가져다가 10내지 20센티미터 높이로 블루카본 시험지를 만들어 버렸다. 결국 세섬매자기 군락지를 덮어 버려서 세섬매자기 군락지를 파괴해 버렸다. 이는 결국 개리 서식지를 파괴한 것이며, 개리의 생존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가 되고 말았다. 세섬매자기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서식하는 기수성염습지에 서식하는 종이다. 새섬매자기는 그동안 간척사업과 제방공사 등 각종 개발로 인해 대부분의 서식지가 파괴되었다. 현재 금강하구와 한강하구, 임진강 하구, 낙동강 하구의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는 아주 휘귀한 종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 환경부가 멸종위기종 지정 또는 해양수산부가 보호대상 해양생물종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할 종이다. 그런데도 이와 같이 새섬매자기 군락지를 파괴한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새섬매자기는 갈대, 기수초, 칠면조와 마찬가지로 염생식물이다. 그래서 새섬매자기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기중에 배출해 기후변화를 저감시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이 세섬매자기 군락지를 없애버리고서 또 다른 염생식물을 인위적으로 심는다는 것은 국민 혈세인 세금을 낭비한 것이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시험지에 인공적으로 식재한 염생식물들도 상당수가 사라지고 없었다. 염생식물이 살아가는 시험지의 흙들이 파져 나가버리거나 주변으로 밀려나가 있었다. 이곳에 큰 파도가 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험지 주변에 자연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세섬매자기들은 전혀 쓰러지지도 않고 굳건히 잘 자라고 있었다. 아무튼 시험지를 만들지 말아야 할 곳에 이처럼 잘못 조성했던 것이다.

갯벌도 탄소 제거 기능을 가지고 있어

또한 갯벌도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만드는 기능을 많이 갖고 있다. 갯벌과 수심이 낮은 인근 바다에는 플랑크톤이 많이 서식한다. 플랑크톤이 없으면 갯벌과 바다에 생물들이 존재하지 못한다. 갯벌만하더라도 바닷물에 섞여 들어온 플랑크톤이 갯벌에 가라앉는다. 그러면 게, 조개, 굴 등 갯벌에 사는 저서생물들이 플랑크톤을 먹으며 살아간다. 이런 생물들을 물고기와 새들이 잡아먹으면서 생존하고 있으며, 어민들도 이런 생물들을 잡아서 직접 먹거나 판매함으로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플랑크톤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나누는데, 특히 식물성 플랑크톤은 엽록체를 가지고 있어서 녹색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 낸다. 황색 공생조류, 규조류, 홍갈조류 같은 것들이 식물성 플랑크톤에 속한다. 이러한 물고기 유생, 생식세포, 극도로 작은 갑각류, 해파리 같은 동물성 플랑크톤이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이로 이용한다. 따라서 식물성 플랑크톤은 갯벌과 바다생태계에서 기초 생산자이다. 이러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량으로 서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강과 하천을 통해 모래가 섞인 많은 토사와 유기물이 갯벌과 바다로 공급되어야 한다. 갯벌에 흙이나 자갈을 퍼부어서 염습지를 인공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없다. 만약 인공적으로 염습지를 조성한다면 염습지를 제외한 갯벌에만 사는 수많은 저서생물과 이들을 먹이로 하는 도요물떼새의 생존에 악영향을 주게 되고, 결국 갯벌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새섬매자기 군락지를 파괴하고 갯벌을 매립한 모습▲새섬매자기 군락지를 파괴하고 갯벌을 매립한 모습
▲새섬매자기 군락지를 파괴하고 갯벌을 매립한 모습

간척지를 갯벌로 복원하고 해수유통을 확대해야

해안가에 염생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하려면 토사가 자연스럽게 퇴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과 하천의 하굿둑을 없애거나 수문을 개방해서라도 해수유통을 확대하면 된다. 이는 결국 갯벌면적이 확대되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이같은 계획을 추진하지 않고, 갯벌에 인위적으로 식생조림을 하여 염습지를 조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 하겠다.

또한 예전에 염생식물이 살던 염습지를 간척해 염전이나 농경지, 각종 어류 및 새우 양식장을 만드는 일이 많았다. 따라서 사용하지 않는 염전이나 농경지, 양식장을 매입해 갯벌로 복원하고, 이중 일부를 염습지로 복원해 자연스럽게 염생식물 군락지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곳은 바닷물이 들어오도록 해수유통을 확대하기만 하면 염생식물이 자연스럽게 서식하게 된다.

인위적 염습지 조성 안 돼

다시 말해 염생식물만이 탄소흡수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염습지를 제외한 나머지 갯벌 자체도 탄소흡수원으로서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다. 그런데 20216월에 해양수산부는 탄소 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블루카본 사업을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660km2의 갯벌에 대해 갯벌식생조림(염습지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밝혔다. 이는 갯벌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가 된다. 이 면적은 현재 남아있는 전체 갯벌 면적(2,482)4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면적을 차지한다. 이 같은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염습지가 아닌 갯벌에만 사는 수많은 저서생물과 새들의 생존에 악영향을 주게 되고, 결국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매립지에 염생식물을 식재한 모습
▲매립지에 염생식물을 식재한 모습

해안침식이 발생하는 해안가에 염습지를 복원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인위적으로 식생조림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퇴적토가 잘 쌓이도록 대나무 등 자연소재를 이용해 포집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그리고 해양수산부는 2022년부터 갯벌 2개 지역, 면적 10km2에서 시범적으로 갯벌식생조림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불과 1만을 갯벌 복원 사업이 진행한다는 것에 비해 10배나 되는 면적이다. 이는 결국 갯벌 면적이 감소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송림갯벌을 파괴한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다시 복원해야

따라서 해양수산부가 해양부분의 탄소중립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올바른 정책은 갯벌 상부에 갈대 등 염생식물을 심는 사업을 불필요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는 염전이나 농경지, 양식장을 매입해 갯벌과 염습지로 복원하고, 강과 하천의 하구에 일부라도 해수유통이 이루어지도록 하구 복원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더욱이 강과 하천으로부터 하구를 거쳐 갯벌과 바다로 내려오는 물과 토사의 양이 계절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가 이루어지도록 유량변동의 복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점을 해양수산부는 명심하기 바라며,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기 바란다. 이를 교정하지 않는다면 탄소 중립 정책과 블루카본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세계유산인 서천갯벌에 포함된 송림갯벌을 파괴한 행위에 대해 해양수산부와 블루카본사업단, 에코앤지오(), 네오엔비즈는 공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이 시험지를 없애고 갯벌과 새섬매자기 군락지로 다시 복원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험지를 조성하는데 사용되었던 마사토와 자갈 등을 그대로 제거만 해주면 된다. 이같은 복원 비용도 별로 들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곳에 시험지를 조성하도록 방조하거나 시험지를 조성하도록 협의해준 서천군도 공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서천군은 이를 기관과 사업체가 시험지를 원래의 갯벌과 세섬매자기 군락지로 복원하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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