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를 하면 누구에게 이득인가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를 하면 누구에게 이득인가
  •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 승인 2024.03.07 06:36
  • 호수 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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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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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공야장편 5-27문장은 공자님 성품의 한 대목을 볼 수 있는 글이 기록된 바 곧 공자님의 공부에 관한 자랑이다. “공자님 말씀에子曰 열 집이 사는 작은 마을에도十室之邑 반드시 나 같은 충신은 있만必有忠信如丘者焉 배움을 좋아하기는 나 같지는 않으리라不如丘之好學也늘 스스로를 겸양과 겸손으로 검속하시기를 늦추지 않으시던 분이 공부에 관하여는 누구에게도 양보하시는 일이 없으셨다.

공자님께서는 70세에 이르러 말씀하신 자서가 있다. 논어 위정편 2-4문장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공자님 말씀에子曰 나는 열다섯 살에 공부에 뜻을 두었으며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 살에 설 수 있었으며三十而立 마흔 살이 되어서야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노라四十而不惑.” 그렇다고 해서 공자님의 청춘이 꽃길만은 아니었다. 공자님께서는 15세에 공부를 하셔서 17세에 계씨 문전에서 문전 박대를 당하셨다.

사기 공자세가편 기록에 따르면 공자님께서 모친상을 당하여 상복을 입고 계심에孔子要絰 마침 대부 계씨가 선비를 위한 성대한 연회를 여니季氏饗士 공자님께서도 참여코저 가셨는데孔子與往 문지기 양호가 나와서 말한다.陽虎絀曰 "계씨께서 선비를 위해 연회를 연 것은季氏饗士 명사를 초대한 것이지 너 같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니"라며 쫒아내니非敢饗子也 이에 공자님은 물러나 집으로 돌아오셨다.孔子由是退

19세에 이르러 비로소 천하에 이름을 떨치셨는데 논어 팔일편 3-15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자께서 태묘에 들어가시어子入大廟 매사를 물으시니每事問 혹자는 비아냥 투로 말한다或曰 누가 추인의 자식을 일러 예를 안다더냐孰謂鄹人之子知禮乎 태묘에 들어와入大廟 매사를 묻기만 하는구나每事問 이에 자께서 들으시고는子聞之 말한다이것이 예이니라是禮也

이를 기준으로 조선 시대의 사대부가 자제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17세를 공부의 1차 마침의 기간으로 두고 청춘을 매진한다. 이를 방랑시인 김삿갓의 시구를 예로 든다면 왈천왈지청춘거曰天曰地靑春去 하늘천 따지 하는 사이에 청춘은 다 흘러가 버리고쯤 되는 말이다. 공부한다는 것은 꿈을 잃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남자 나이 17세에 이르면 너는 더 이상 풍선껌 상자 안에나 있을 법한 만화 속 주인공 철부지 꼬맹이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옛글은 이렇게 경책하고 있다. “남아입지男兒立志 출향관出鄕關, 학약무성學若無成 사불환死不還풀어쓰면 이렇다. “남자가 뜻을 세워 고향을 떠났거늘, 배움을 이루기 전에는 살아서 고향 땅 밟지 않으리상당한 결기가 묻어나는 시구이다. 사실 어려서는 들에 핀 들꽃처럼 천지 분간할 필요도 없이 그냥 하하호호하며 살아도 된다. 그러나 9세에 이르면 옷깃을 여미어야 하고 11세에 이르면 책상을 마주하고 경전 책장을 넘겨 가며 글 읽는 소리가 담장 밖을 넘어가야 한다.
공부는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다. 그 나이쯤 됐으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게 공부다. 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안 하는 이유는 몰라서이거나 확신이 없어서이거나일 수도 있다. 옛글 가운데 책 여백에나 책상 또는 공부하는 시선이 머무는 주변에 낙서쯤 되는 짧을 글들이 있다. 젊잖게 말하면 촌철살인에 버금가는 경구요 일종의 죽비와 같은 말들로 혹여라도 공부에 몸이 게을러질까를 염려하여 책상맡에 써놓는 글들로 이를 척독尺牘이라하는데 그 낙서 한 토막은 이렇게 시작한다. “죽어라 공부 안 하고 죽어가도록 공부 안 하고 죽을 때까지 공부 안 하고 기어이 죽어서도 공부 안 하고 그건 괴물이나 하는 짓이니라.”

사실 어떤 생명이라도 사람이든 짐승이든 꽃이든 나무든 태어나는 순간 모두는 이미 죽음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사람이 그 무엇과 다른 점은 공부를 해서 아닐까. 삶은 긴 게 아니다. 청춘은 더 짧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라야 고작 몇 년에 불과할 뿐이다. 나와 세상을 잇는 유일한 길은 공부다. 마수영馬秀英17세 무렵에 했다는 말 중 하나가 공부를 하면 누가 이득인가라는 말이라 한다. 두어살쯤 어린 주원장은 이 말에 큰 충격을 받고 처음으로 공부라는 것을 시작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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