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걷는 나무의 지혜와 특화시장 재건축
■ 모시장터 / 걷는 나무의 지혜와 특화시장 재건축
  • 장미화 칼럼위원
  • 승인 2024.03.07 06:38
  • 호수 11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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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화 칼럼위원
장미화 칼럼위원

걸어다니는 나무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도 아니고 현실에 그런 나무가 있을까? 실제로 걷는 나무(walking tree)라고 알려진 특이한 종류의 나무가 코스타리카 열대우림에 있다. 이 이상한 나무는 마치 누군가 나무를 잡아당긴 것처럼 뿌리가 지상에서 약 1미터 정도 노출된 것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제 나무의 위치는 일 년에 약 30cm 정도 매우 느리지만 이동한 것이 관찰된다.

그렇다면 나무는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 뿌리의 역할은 나무를 지탱해 주고 토양의 양분을 흡수한다. 걷는 나무의 뿌리는 자신에게 좋은 토양이라면 그쪽으로 뿌리를 내려 깊숙이 파고 들어가 단단히 고정한다. 반면 토양이 좋지 않다면 뿌리는 얕고 약하게 유지될 뿐이다. 뿌리가 더 강해지고 깊어지면 그 강한 뿌리에 이끌려 나무 전체가 그 방향으로 이동한다. 나무가 이동함에 따라 새로운 위치 주변으로 새로운 뿌리가 자라게 된다. 그중 일부는 더 멀리 뻗어나간다. 뿌리가 더 좋은 토양을 발견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레즈닉(Mitchel Resnick, 2003)나무처럼 생각하기(Thinking like a tree)’라는 논문에서 열대우림에 적응한 걷는 나무의 생존 전략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그에 따르면 걷는 나무의 생태적 전략의 핵심은 문제 해결에 필요한 의사결정은 중앙 집중식 단일 주체가 아니다. 마치 사방으로 뿌리를 뻗어 어떤 토양이 좋은 토양인지 찾고 결정하듯이 많은 단순한 개체들의 작은 기여와 상호작용의 중요함을 생존 전략으로 풀어나간다.

걷는 나무의 생존 전략은 다양하게 적용해 볼 수 있다. 크게는 전 지구적 문제에서부터 작게는 지역사회 문제에 걸쳐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영감을 준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라는 거대 담론에 있어 걷는 나무의 생존 전략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 첫째, 걷는 나무가 환경 변화에 따라 뿌리를 내리고 좋은 토양을 찾아 이동하며 살아가듯이 기후위기로 인해 극심한 날씨 패턴의 변화와 증가하는 재난과 재해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이미 기후위기 적응 대책에 관한 제도와 정책이 마련되어 있다. 더 이상 계획이 아닌 실행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둘째, 걷는 나무에서 나무를 이동시키는 힘은 하나의 뿌리가 아니다. 많은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좋은 토양을 향해 간다. 서로 탓하거나 우선순위를 매기지 말고 시민 사회, 기업, 국가가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걷는 나무는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최적의 생존 전략을 사용한다. 기후위기 대응 전략은 재생에너지 사용으로의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폐기물 재활용 등을 통해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걷는 나무는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기후위기는 자연과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제이다.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더 이상의 파괴나 훼손을 멈추고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지역사회 문제도 걷는 나무의 생존 전략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서천특화시장의 수산물동이 화재로 전소됐다. 서천군민들에게 특화시장은 단순히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이 아니다. 특화시장은 서천을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이자 지역 경제의 핵심 공간이다. 그래서 이번 화재는 특히나 더 많은 사람에게 큰 아픔과 상실감을 안겨준 것 같다.

이 사건을 토대로 걷는 나무의 생존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삼아 보고자 한다. 첫째, 앞서 언급했듯이 걷는 나무는 환경 변화에 따라 뿌리를 내리고 좋은 토양으로 이동하며 살아남는다. 이번 화재는 서천 특화시장의 안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단순히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재건과정에서 안전시설을 강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재난 대비 시스템 구축과 친환경 건축 기술 도입 등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이를 통해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시장을 재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둘째, 걷는 나무는 서로 뿌리를 연결하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 지지하며 살아남았다. 피해 복구 과정에서 지역 주민, 입점 업체, 지자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협력이 중요한 만큼 소통의 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을 넘어 관련된 모든 사람의 관심과 지원이 이어져 함께 극복할 수 있는 공동체의 힘이 발휘되길 바란다. 셋째, 걷는 나무는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재건과정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자재 활용, 에너지 효율 개선, 재난 복구 지원금의 효율적 사용 등 최적의 자원 활용전략이 실행되길 바란다. 넷째, 걷는 나무는 자연의 일부로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간다. 재건과정에서 친환경 건축, 자연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영 방식을 도입하는 등 자연과 공존하는 시장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처럼 걷는 나무의 생존 전략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 지속 가능한 공동체 형성, 제한된 자원에서 최적의 전략,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기후위기 문제와 지역의 문제를 돌아보았다. 생태적 지혜는 늘 우리에게 가르침과 통찰을 주며, 위기 극복을 위한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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