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과 찔레꽃 향기
밤꽃과 찔레꽃 향기
  • 뉴스서천 기자
  • 승인 2004.05.20 00:00
  • 호수 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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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오월이 짙어간다. 온산이 푸르름으로 물들고 오동나무꽃 향기가 온 마을을 감싸고 찔레꽃 향기가 산언저리에 번지는 이 좋은 계절, 들에는 모내는 농민의 손길이 바쁘고 도시에서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사는 시민들의 발길이 빠르게 움직인다.
봄에 피는 꽃은 향기가 없다. 호젓이 피는 민들레나 노랑꽃으로 봄을 잉태하는 산수유, 봄기운에 담뿍 취하게 하는 개나리, 연변의 산을 물들이는 진달래 고고하게 절개를 피는 목련 등 봄꽃에는 향기가 없어서 나비도 볼 수 없다.
연두색 신록이 온 산을 덮을 때 창가에 피는 라일락이 비로소 향기를 피우게 된다.
온 마을을 그윽한 향기로 가득하게 하는 오동나무꽃이나 온산을 짙은 향기로 벌들이 날아들어 꿀을 따게 하는 아카시아꽃에 이르러야 벌이 넘나드는 봄이 익어간다.
뒷산을 거닐면서 민들레꽃에 다소곳이 피어 있고 연두색 신록이 초록으로 변해 가는데 신
기하리만치 그 변화에 놀라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의 산천은 언제나 새로운 변화의 굴레를 타고 우리를 놀라게 한다.     
계절은 언제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
봄은 꽃으로 단장하면서 대지를 일으켜 연두빛 신록으로 산과 마을을 뒤덮고, 여름은 녹음이 짙으면서 무성하고 성장해 간다.
가을은 성숙의 미학으로 단풍의 축복을 받으면서 수확의 기쁨에 넘치게 하고, 여울은 하얀 백설로 세상을 덮어 은빛의 향연을 누리게 한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는 앞을 다투어 서두는 일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변해가면서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보여준다.
산은 밤꽃으로 뒤덮고 산기슭에는 찔레꽃이 청초하게 피어 밤꽃의 향기가 퍼져 사실 지금 들판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
산 밑 따스한 곳에는 못자리의 하얀 비닐이 호젓하게 보이고, 논가는 소는 보이지 않고 기계로 논을 갈고 써레질을 하는 농부들의 바쁜 손길에 넓은 들이 살아 움직여 생동미가 약동하고 있다.
이런 때에 밤꽃이 피면 동네 처녀 총각이 바람이 난다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봄빛에 생송생송한데 밤꽃의 짙은 향기가 가슴을 파고들면 견디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작대기로 지게 발을 두드려 장단을 맞추면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나가다 보면 어디론가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산기슭이나 덤불 속에 청초하게 피어 있는 찔레꽃은 여우(女優) 그레이스 케리와 같은 향기를 풍기고 있어서 꺾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밤꽃의 짙은 향기와 찔레꽃의 청초한 기풍이 오월의 향기를 더 짙게 한다.
농촌에는 찔레꽃에 바람날 처녀와 밤꽃에 바람날 청년이 다 도시로 나가서 없으니 그 꽃의 향기도 빛을 잃을 것만 같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으니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사람도 밤꽃이나 찔레꽃과 같은 향기를 피어 세속에 시달리는 삶들의 가슴에 꽃의 향기가 가득케 하여 모든 사람들이 그 향기와 같이 억세면서 아름답게 살 수 있는 나날이 되기를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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