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전쟁은 없다
아름다운 전쟁은 없다
  • 뉴스서천 기자
  • 승인 2004.06.03 00:00
  • 호수 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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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경 욱 / 칼럼위원
얼마 전 이라크 저항 세력의 미국인 참수 동영상이 포탈 커뮤니티를 통해 전 세계에 배포됐을 때 일이다. 동영상을 보기 위해 즐겨찾던 모 인터넷 카페에 접속했다.

영상물은 “침략자에게 잔인함으로 보복하겠다”며, 포박 당해 항거 불능의 인질을 무참히 참수하고 있다. 화질이 또렷하지 않을 뿐 여과 없는 이 영상물은, 원시인이 살아있는 짐승을 도살해 신께 바치는 의식을 연상케 한다.

많은 지성들은, 현재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가리켜 우리들이 자행한 금세기 가장 치욕적 인간 모독 전쟁이라 말한다. 공중파와 인터넷을 통해 수시로 중계되는 참상들을 보면, 과히 섣부른 판단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대하는 다수의 네티즌들의 태도이다. 실제 일어난 상황인데도 요즘 유행하는 엽기 정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전쟁이란 다 그런 것 아니냐?” “삼국지를 보면 참수가 일반적인 전쟁 방식이었는데 새삼스러울 게 있느냐” “아름다운 저항에 속이 다 시원하다.” 라며, 그 잔혹한 장면들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또한, 생각만으로도 몸서리 쳐지는 인권 유린 현장을 단순히 영상물에 대해 ‘관객’ 입장에서, 혹은 살인의 참혹한 전경을 미적 영상작품 세계의 귀퉁이로 자신을 편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불명의 불량 영상물 홍수에, 전장이 위성으로 중계되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 너무 쉽게 무너지고 있는 현상이 아닐까 심각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세상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상 그것들은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반복한다. 인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갈등과 다툼의 연속적 자취가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땅 위에 국경선이 그어져 있고, 지향하는 이념이 통일되거나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가 모두 해결되지 않는 한 전쟁은 불가불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허나 그 선택은, 어쩔 수 없는 방어 본능에 의한 조심스런 최후의 선택이어야만 한다.

사람들에게 존경하는 이가 누구냐 물으면, 많은 이가 미 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을 꼽는다. 그 이유로 대부분 노예해방 전쟁을 말한다. 혹자는 남북전쟁을 가리켜 인류가 행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 만큼 노예해방의 명분을 높게 평가하는 까닭이다. 허나 아름답다고 표현한 이 전쟁에서 수백만의 희생자가 있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결코 전쟁은 아름다울 수 없다. 바로 우리가 전쟁에 나서기 전에 평화적 해결 방법을 마지막 순간까지 필히 모색해야만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지만 불확실성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너무 쉽게 흥분하고, 너무 쉽게 판단해 전쟁의 늪으로 스스로를 밀어넣어 파멸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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