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은 영어박사 (7회)
내 동생은 영어박사 (7회)
  • 뉴스서천 기자
  • 승인 2004.08.27 00:00
  • 호수 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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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 정 아
"그래? 정말 입이 벌어진다. 영어가 중요하긴 하지. 이젠 영어를 못하면 다른 건 해볼 꿈도 못 꾸잖니? 아무리 다른 일을 잘해도 영어 점수가 낮으면 쳐다보질 않으니……"

"맞아. 넌 어때? 준하, 동하 열심히 시키고 있니?"
"준하는 좀 늦었어. 올해부터 영어 학원에 보내고 있거든."
엄마는 부끄러워하며 아줌마에게 말했습니다. 그 순간 나 역시 얼굴이 확 붉어져옴을 느꼈습니다. 학교에선 나보다 영어를 못하는 아이들이 더 많은데, 왜 그런지 부끄러운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동하는 좀 달라."

엄마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어떻게 달라?"
"음, 영어 발음이 아주 좋아. 그리고 영어를 우리말보다 더 잘해."
"정말? 참 잘 됐다. 넌 어쩜 운도 좋구나."
아줌마는 정말 부럽다는 듯이 잠든 동하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아줌마와 엄마는 영어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주로 아줌마가 이야기하시고 엄마는 "어머? 정말? 아휴, 난 어떡해."이런 말만 계속해서 하셨습니다. 왠지 엄마의 그 말들이 날 주눅들게 했습니다.

엄마 곁에 계속 앉아있기가 쑥스러워 살그머니 일어나 목마른 척 부엌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어느새 아줌마가 날 보고 "준하야, 지혜 방에 들어가 봐. 공부 잘 하나 감시 좀 해라. 호호호"
하시며 큰소리로 웃으셨습니다. 아줌마 목소리에서 지혜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래, 들어가 봐. 그리고 지혜 공부하는 것 좀 보고 배워!"
엄만 내가 영어를 잘 못한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부끄러운가 봅니다.
'하긴 나도 그러니까…….'

책상에 앉아 있던 지혜가 뒤돌아보았습니다.
총명한 눈빛이었습니다.
"오빠는 미국 가 본적 있어?"
갑자기 받은 질문에 "응? 미, 미국, 아니. 아직, 한 번도."
내가 생각해도 바보같이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미국에 안 가본게 큰 잘못도 아닌데 말입니다.
"난, 캐나다만 세 번 다녀왔어. 처음에만 엄마랑 같이 갔었고, 다음부턴 혼자 다녀왔어."
"뭐? 너처럼 어린 아이가 혼자서?"
"응. 괜찮아. 홈스테이 이모가 아주 잘 해주시거든."
"그, 그렇구나."

"우리 반엔 방학 때마다 영어 공부하러 해외에 나가는 아이들도 있어. 그런 아이들은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나갔다가 개학이 된 후에 돌아오곤 해. 오빠네 학굔 어때?"
"글쎄, 우리 학굔 아직 시골이라서 그런지. 뭐 별로 그렇진 않아."
영어 이야기만 나누는 게 좀 지루해져서 방안을 둘러보았습니다.
벽엔 온통 상장이었는데 거의 영어 대회에 나가서 탄 것들이었습니다.
"넌 꿈이 뭐야? 외교관? 아님 영어 선생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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