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은 영어박사 (8회)
내 동생은 영어박사 (8회)
  • 뉴스서천 기자
  • 승인 2004.09.03 00:00
  • 호수 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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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 정 아

“아니, 난 한의사가 꿈이야.”
“뭐? 한의사?”
“응. 엄마가 그러는데 한의사가 되려고 해도 영어 공부는 열심히 해야한다고 하셨어. 한문 공부는 또 따로 하고 있어.”
“정말 대단하구나. 너?”
그때 언제 잠에서 깼는지 동하가 다가와 내 손을 잡았습니다.
“엉!”
“아, 깼구나. 우리 동하도 영어 잘해.”
“정말? 벌써 영어를 한단 말이야.”
“아주 잘 하는 건 아니고.”

평소에 엄마가 동하를 데리고 영어 운운할 땐 정말이지 싫었었는데, 이상하게도 난 지혜에게 동하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엄마! 아기가 벌써 영어를 한 대요!”
지혜는 큰 소리로 아줌마를 불렀습니다.
곧이어 엄마와 아줌마가 동시에 지혜 방으로 왔습니다.
“어쩜, 너는 좋겠다. 네 아들 천재 아니니? 어디 한 번 시켜봐라. 좀 들어보자”
아줌마는 잔뜩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가 심호흡을 하고 동하에게 다가갔습니다.
“동하야, 우리 동하 아이스크림 사러 어디 가지?”
“…”
녀석은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게 분명합니다. 눈만 또록또록 뜨고 가만히 서 있습니다.

“동하야, 사탕 사러 어디 가지?”
엄마의 의미심장한 두 번째 질문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번엔 사탕을 선택했습니다.
“마―트!”
드디어 동하 입에서 영어가 튀어나왔습니다. 마트라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용했습니다.
우리 집에선 동하가 마트라고 외치면 모두 박수를 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엄마는 빨리 다른 말을 꺼냈습니다.
“동하야, 이거 뭐지? 공으로 막 던지고 하는 거!”
“아―웃!”
녀석이 엄마의 마음을 읽은 게 분명합니다. 집에서 보다 더 크고 또렷하게 소리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박수는 없었습니다.
다급해진 엄마는 “동하 어디 살지?” 하고 물었습니다. 엄마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파트!”
그밖에 치킨, 오케이라는 말도 한 것 같습니다.
지혜가 먼저 피식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정말 영어 잘하네. 귀엽다.”
엄마와 난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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